인류의 진화 단계상 최초로 시신을 매장한 것은 호모사피엔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집단적인 공동묘지를 따로 만든 것은 신석기시대부터였다.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집단무덤 유적으로는 부산 가덕도 북서쪽 바닷가에 위치한 장항유적이 대표적이다. 이 유적에서는 인골 48개체와 돌무지 유구 90여기, 구덩이 100기 등이 발굴됐다. 인골이 출토된 경우는 장항유적 발굴 이전만 해도 전국을 통틀어 불과 33개체뿐이었다.
장항유적에서 발굴된 인골은 대체로 머리를 북쪽에 두고 있었다. 팔다리를 바로 펴거나 굽힌 상태로 묻혔는데 대다수가 굽혀묻기로 돼 있었다. 남녀의 성비는 비슷하고 연령은 유소아부터 70대의 노년까지 다양했다. 신장은 성인 기준 남성 평균 158㎝, 여성 평균 146㎝로 다른 지역에 비해 7~13㎝ 정도 작았다.
형질적 분석과 콜라겐 분석 등으로 볼 때 이곳 신석기인은 삼국시대나 조선시대의 사람들보다 육체적 노동이 상당했고 탄수화물(식물) 위주가 아닌 주로 어패류에 의존하는 식생활 구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묻힌 사람 중 최고령자는 70대 여성인데 양쪽 귀의 뚜렷한 외이도 골종으로 보아 어패류 채집을 위한 장시간의 잠수 생활을 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식량 확보를 위한 심한 육체적 노동은 있었지만 비교적 안정된 식량 공급을 통해 영양 상태는 부족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적지에서 발굴된 인골은 다양한 연구·분석을 통해 성별, 연령, 신장, 질병(사망원인), 친연관계, 식생활 등 당시의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문화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훌륭한 단서가 된다.
/조미순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