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김정은, 원산 언제 갔나... '문정인 vs 美언론' 진실게임

문정인 "13일부터 건강히 체류" 주장

반면 美언론은 위성사진 근거로 들며

"15일 전엔 열차 없고 21일부터 보여"

시점따라 '수술설' 진위 달라질 수도

일각선 "아직 평양 잔류" 의견 제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연합뉴스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원산 별장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는 가운데 그 이동 시점에 대해서도 엇갈리는 주장이 나와 혼란이 일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김정은이 13일부터 원산에 체류하고 있다”고 단언했지만, 해외 언론은 위성 사진을 근거로 “15일 전에는 김정은 전용 추정 열차가 보이지 않았고 21일부터 보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불과 며칠 차이라도 이는 김정은의 ‘심장수술설’과 ‘건강이상설’ 진위를 판가름 하는 중요 정보가 될 수도 있어 사실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특보는 2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살아 있고 건강하다”며 건강이상설을 적극 반박하고 김정은의 원산 체류 시점을 “4월13일부터”로 못 박았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사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지금까지 의심스러운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특보의 이 발언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은 없다” 정도였던 기존 청와대 입장보다 한 발 더 나간 내용이었다. 청와대는 지금껏 “김정은이 지방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만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위치와 이동 시점은 한 번도 확인해 준 적이 없었다.


문 특보의 주장대로라면 김정은은 11일이나 12일 마지막 공개 일정을 마치자마자 원산으로 이동했다는 말이 된다. 평양-원산 간 거리는 200km 이상 떨어졌다. 문 특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적어도 원산을 출발하기 전 평양에서 급격한 건강 악화를 겪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원산 기차역에 정차 중인 김정은 전용으로 추정되는 열차. /38노스=연합뉴스원산 기차역에 정차 중인 김정은 전용으로 추정되는 열차. /38노스=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언론 등이 추정한 김정은의 이동 시점은 문 특보의 주장과는 조금 달랐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25일(현지시간) 상업용 위성사진을 토대로 “김정은의 전용열차로 추정되는 차량이 지난 15일에는 원산 기차역에서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38노스는 “해당 열차가 15일까지는 보이지 않다가 21일 이전에 원산에 도착했으며 23일에는 출발을 위해 위치를 조정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도 같은 날 미국 내 싱크탱크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며 “김정은의 전용 열차로 추정되는 기차가 21일과 23일 북한 원산리조트 지역에 정차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이들 보도가 맞다면 문 특보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김정은은 원산에 오기 전까지 다른 곳에 머물렀다는 얘기가 된다. 건강 문제로 평양이나 제3의 장소에서 치료를 받은 뒤 요양 차원에서 추후 원산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앞서 지난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12일 평안북도 묘향산지구 내에 위치한 김씨 일가 전용 병원인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특각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시술 후 김정은의 상태가 호전됐고 현재는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으나, 그 직후 미국 CNN방송은 미국 정부 당국자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심혈관계 수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해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김정은. /연합뉴스김정은. /연합뉴스


김정은은 지난 11일과 12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와 서부지구 공군부대 시찰을 마지막으로 북한 매체에서 보름째 자취를 감췄다. 이후 전세계에서 그 배경을 두고 ‘뇌사설’ ’위중설’ ‘호전설’ ‘도피설’ ‘코로나설’ ‘관심끌기설’ 등 온갖 추정이 난무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을 보위하는 대규모 일행이 이동한 흔적이 없다며 그가 원산으로 이동하지 않고 평양에 머물고 있다는 추정도 내놓고 있다.


윤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