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외국에 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세계 어디나 삶의 방식과 행복의 척도는 비슷하다는 것이다. 반면 개개인이 노출된 사회적 환경과 사회에서 받는 외력의 정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이러한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행복의 정도가 달라진다.
공학에 ‘고유주파수’라는 용어가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시스템이 외력의 영향 없이 자유롭게 진동할 때의 주파수를 일컫는다. 인간의 삶에도 이러한 고유주파수가 있다. 인간은 하루하루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하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진동한다. 삶의 기본요소인 의식주와 건강 문제가 해결된다면 일·사랑·성취·보람 등 사회 및 타인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찾으려 한다. 사회 및 타인이 주는 사회적 주파수와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고유주파수가 조화된다면 진폭의 증대 효과, 이른바 ‘공명(共鳴)’ 현상을 통해 우리는 삶의 환희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지난 세월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주파수는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고유주파수와는 많이 다른 듯하다. 경제발전을 기치로 진리의 탐구보다는 어떻게든 빨리 돈이 되는 기술개발을 위해 힘썼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도 팽배해졌으며 개개인은 과도하게 강한 사회적 주파수를 감내해야만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윤택해졌고 물리적인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결과이다. 하지만 경제발전이 이뤄진 지금도 개개인이 느끼는 우리 사회의 주파수는 외국에 비해 강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턱없이 낮은 우리의 행복지수로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산업발전의 대가로 우리 사회에 주어진 환경문제라는 복병은 우리 행복의 기본요소인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치 아래 우리는 또다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산업과 과학기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나음’의 가치가 무엇이 돼야 할지 이제는 신중히 생각해볼 때다. 지금보다 많은 것을 가지거나 편해지기 위함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아닐 것이다. 앞만 보고 내달려왔던 우리 사회의 관성이 더 이상 우리를 지치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조금 늦어지더라도 우리가 급하게 쌓아 올린 것들의 토대를 튼실히 하고 진리의 탐구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연구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급격한 산업화가 가져온 환경의 역습을 해결하는 기술의 개발에 우선적 가치를 둬야 한다. 사회 전반으로는 서로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관용의 문화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완화된 사회적 주파수가 삶의 고유주파수와 조화를 이룰 때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게 될 것이다. 숨을 고르고 자세를 가다듬었을 때 우리의 산업과 과학기술은 보다 멀리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