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번엔 성공할까? 23년만에 다시 만난 정수기와 냉장고

삼성전자 2020년형 정수기 탑재 냉장고 출시

필터교체 편리하고 공간활용도 높다는 점 눈길

'신개념 정수기' 개발 공언한 삼성전자,

렌털로 사업영역 확대할지도 관심 쏠려

#. 1997년, 국내 가전시장은 삼성전자(005930)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지펠 양문형 냉장고’를 선보이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냉장고 시장은 투도어 냉장고 위주였다. 양문형 냉장고는 월풀·GE 같은 수입가전 브랜드만 접할 수 있었고 국내 수요가 거의 없었기에 가격도 비쌌다. 이때 양문형 냉장고는 미주·유럽 현지 느낌을 한껏 살려 정수기도 달려있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시절 렌털 붐이 크게 일면서 정수기를 빌리는 가정이 늘면서 냉장고 속 정수기는 자취를 감췄다. 정수기와 맞대결하기 위해 물 대신 탄산수가 나오는 모델도 잠깐 등장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지난 2017년 단종됐다. 이 시기를 기억하고 있는 가전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부엌에 정수기 한 대씩 놓는 것이 트렌드가 되면서 냉장고에 탑재한 정수기의 인기는 급격하게 하락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정수기를 탑재한 냉장고 모델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죠.”

1997년 출시된 지펠 양문형 냉장고 광고/사진제공=삼성전자1997년 출시된 지펠 양문형 냉장고 광고/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8일 변화한 시대와 달라진 소비자 니즈에 맞춰 2020년형 정수기 냉장고를 새롭게 선보였다. 지펠 양문형 냉장고에 들어있던 정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23년 만의 재도전인 셈이다. 신제품 이름만으로는 과거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기기 속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되어 나타났다. 우선 수도와 연결된 정수기는 냉장고 내부에 들어있어 관리하기 편하고, 냉장고 문을 열지 않아도 깨끗한 물과 얼음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이전 제품이 필터관리가 어려웠다면 신제품은 내장된 3개 필터를 손으로 간단히 조작해 갈아 끼울 수 있다. 정수기 렌털이 보편화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협소한 주방공간이나 필터 가격 등을 이유로 정수기를 따로 두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필터 가성비도 뛰어나다. 국내 냉장고용 정수기를 기준으로 이 제품은 최대 정수 용량인 2,300ℓ를 확보했다. 필터교체 시기는 1년에 1번이면 충분하다. 방문관리도 잦은 필터 교체도 필요없는 제품인 셈이다. 또 삼성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의 홈케어 매니저를 활용하면 필터 교체 시기도 알려준다.


필터 성능도 꼼꼼히 챙겼다. 냉장고 내에 탑재되는 정수기는 3개의 필터로 구성되며, 내부에는 세디먼트·프리카본·UF·카본 등 4단계 정수 시스템이 갖춰져 수돗물에 포함된 이물질과 냄새는 물론 중금속과 박테리아까지 제거해 준다. 물이 나오는 코크 부분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탈부착도 가능해 세척하거나 삶아서 사용할 수 있다. 정수기 위생을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를 최대한 반영한 설계라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4도어 제품에도 정수기를 탑재한 냉장고를 출시 예정이며, 냉장고용 정수기 개발을 통해 축적된 기술을 향후 다른 제품에도 확장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미국 등지에서 보편화된 정수기 냉장고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아져 기존 제품 대비 사용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했다”면서 “향후 삼성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경험으로 소비자들이 주방 가전에 기대하는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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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양문형 정수기 냉장고에 탑재된 필터부. 사용자는 손으로 간단히 돌려끼울 수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양문형 정수기 냉장고에 탑재된 필터부. 사용자는 손으로 간단히 돌려끼울 수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프리미엄하우스에서 정수기를 탑재한 ‘양문형 정수기 냉장고’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모델이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프리미엄하우스에서 정수기를 탑재한 ‘양문형 정수기 냉장고’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가전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신제품이 렌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업계는 가전 시장이 성숙한 국내 시장에서는 렌털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중론을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 영역’이라며 본격적인 진출을 꺼렸지만 일찍이 렌털에 뛰어들어 생활가전 매출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 LG전자 사례가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고민을 깊게 한다. 여기에 지난 27일 삼성전자가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샌드박스로 ‘정수·냉수·냉온수 업그레이드 가능 정수기 판매’를 신청해 임시허가를 따낸 것도 렌털 사업부 개막이 초읽기 상황이라는 예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행법상 정수기나 냉수기, 냉온수기는 완제품으로서 각각 안전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로 통과된 아이디어는 기존 정수기에 냉수 또는 온수 키트를 부착하면 냉온 정수기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끔 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새로운 형태의 업그레이드 가능 정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정수기를 선보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자는 의미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면서도 “당장 렌털 사업에 뛰어든다거나 관련 제품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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