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코로나 내비게이션




박원주 특허청장

특허청은 유독 국제회의가 많다. 지식재산을 국제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그 가치는 국경을 넘자마자 소멸될 수 있기 때문에 일찍부터 다양한 국제협력이 모색돼서다. 촘촘하게 국제조약들이 만들어져 있고 지식재산이 강한 국가일수록 더 활발히 지식재산권 외교를 펼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국제협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늘길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만나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다른 나라의 특허청장들을 화상회의로 오히려 더 자주 본다. 위기극복의 동력이 될 혁신을 장려하는 데 공백이 생기는지 점검하고 이 같은 위기상황에 특허청들이 함께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도 해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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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만난 미국 특허청장을 필두로 양자·다자 회의를 통해 20여 개국의 특허청장과 유엔 산하 지식재산 전문기구인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 등을 연달아 만났다. 모니터 속의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강화하는 문제, 위기상황임을 고려해 출원인의 서류제출 기한을 연장하고 행정비용 납부 의무를 유예하는 문제 등 공중보건 증진과 혁신 보호를 위한 여러 대책이 어느 때보다도 더 진지하게 논의됐다.

한국형 방역 모델은 여기에서도 화제였다. 외국의 특허청장들은 ‘드라이브 스루’나 ‘워크스루’ 진단법,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 등 창의적인 K-방역 수단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코로나19와 관련한 특허정보의 공유와 활용을 강화하자는 필자의 제안에도 호응해줬다. 이미 ‘코로나19 특허정보 내비게이션’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관련 특허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을 벤치마킹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의 지원을 얻어 자체 포탈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중국과는 공동으로 코로나19 특허정보 분석 작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특허청이 코로나19 내비게이션을 만든 것은 위기상황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특허정보의 유용성에 주목해서였다. 특허정보는 도전과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시도됐던 기술 수단들의 가장 자세한 기록이다. 현존하는 특허는 물론 권리는 만료됐지만 그 가치는 여전한 기술정보가 함께 망라됐다. 연구자와 기업들에 영감의 원천이자 자유실시기술의 보물창고인 것이다. 4억5천여만 건에 달하는 전체 특허정보 중 코로나19의 진단·치료·방역과 관련된 5,500여 건이 내비게이션에 실렸다. 외국의 요청으로 영문 서비스도 확충 중이다. 이 내비게이션이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코로나19의 출구를 찾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의 강을 건너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실력에 새삼 자신감을 얻고 있다. K-워크스루 같은 우리의 창의적 성과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위기극복을 앞당길 가장 큰 힘이 우리 국민의 창의력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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