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재정지출 줄인 게 아니라 연기, 뒷감당 어떻게 하나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6일 9조7,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국채발행 없이 전액 지출 구조조정과 기금재원을 활용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적자국채를 발행할 경우 국가 빚이 늘어 재정 건전성이 나빠진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가 최근 내놓은 ‘2020년도 제2회 추경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말로만 지출을 구조조정했을 뿐 실제로는 지출을 연기한 데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 분야에서는 신규 사업의 총사업비를 줄인 게 아니라 공사비 집행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하거나 F-35A 스텔스전투기, 해상작전헬기 등의 도입을 늦추는 식으로 9,047억원의 지출축소 계획을 짰다. 공공 부문 고통분담 차원에서 1,200억원을 줄인 청사 신축사업도 청사 규모를 축소한 게 아니라 신축 일정을 미룬 데 불과하다.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으로 줄인다는 사업비 2조4,052억원 가운데 88.5%(2조1,295억원)가 이런 식으로 집행 시기를 늦췄지만 결국 내년 이후에는 지출해야 한다. 기금재원을 활용했다는 얘기도 따져보면 빚을 진 것이다. 기금의 여유자금을 끌어온 것이니 나중에 상환해야 할 자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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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2차 추경안 규모는 1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여야는 추가 재원 4조6,000억원 중 1조원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3조6,000억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1조원의 지출 구조조정 역시 집행 시기를 늦추는 식으로 할 테니 결국 2차 추경안 전체가 국가 빚으로 조성되는 셈이다. 게다가 30조원 규모의 3차 추경은 아예 대놓고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재정 건전성은 순식간에 악화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 가급적 국방비 삭감을 자제하되 꼭 필요하지 않은 사업은 아예 없애거나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진짜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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