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행에서 복귀하더라도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후계자로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입법조사처는 29일 ‘북한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김 위원장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여정의 지위와 역할을 ‘당중앙(후계자)’ 역할까지 확대해 ‘백두혈통’의 통치권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2020년 김여정의 활동은 사실상 당의 유일지도체제를 책임진 ‘당중앙’의 역할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것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향후 백두혈통의 공식 후계자로서 지위와 역할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다만 “(아직)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러 있는 김여정의 지위와 역할을 고려할 때 (후계자 지명 과정이) 김 위원장 복귀 후 곧 바로 이뤄지기 보다는 한 차례 공식적인 절차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법조사처 예상대로 김여정이 조만간 김정은의 후계자로 지목되면 이는 초유의 조치가 될 전망이다. 최고지도자가 고작 30대에, 직계비속도 아닌 형제를 후계구도로 공식 인정한 사례가 지금껏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1988년 생인 김여정은 이제 갓 32살이 된 ‘여성’이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경우 아무리 혈족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60대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미리 2인자를 점지하는 데 인색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 체제 특성상 현 지도자가 아주 고령이 됐거나 건강 상태가 나빠지기 전까지 후계구도를 논하는 것 자체가 불경에 가깝다.
김여정은 지난 3월 돌연 자신의 명의로 김정은이나 할 법한 대남·대미 담화를 직접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어 김정은이 자취를 감추기 하루 전인 이달 11일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귀하면서 명실상부한 권력 2인자로 떠올랐다.
입법조사처는 이와 함께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열 박사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북한 경제 상황이 국가차원의 비상 대비 태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폐쇄는 관광사업의 중단에 따른 외화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