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딸을 위협한 남성을 죽도로 때린 아버지에게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이 이번에도 정당방위를 인정하면서다.
29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특수상해, 특수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9)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 양심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피고인의 방위행위를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평결한 이상, 피고인의 방위행위가 사회통념상 상당성 범위를 초과하는 점에 대해 검사가 입증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또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된 특수폭행죄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은 정당하고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8년 9월 같은 건물에 사는 세입자 이모씨(39)와 이씨의 모친 송모씨(65)를 죽도로 때려 각각 전치 6주·3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이 일어날 당시 빨래를 걷고 있던 집주인 김씨의 딸(21)은 피해자 이씨가 부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에 이씨는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하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김씨의 딸에게 욕설을 하며 팔을 잡았다.
딸의 소리를 듣고 죽도를 가지고 나온 김씨는 이씨의 모친 송씨가 “아들이 공황장애가 있다”며 만류했지만 이씨의 머리를 때렸다. 이후 이씨를 더 때리려고 했지만 송씨가 아들을 감싸면서 송씨의 팔을 때리게 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단 7명은 김씨의 행동이 ‘야간 등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당황으로 인한 행위’인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만장일치로 평결했다.
1심 재판부 역시 배심원단의 의견을 반영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행동은 피고인 딸에 대한 위협적 행동이었다”면서 “지병으로 몸이 좋지 않은 피고인은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피해자가 술에 취했고 정신질환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방위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