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수출 쇼크’를 유발하면서 장장 98개월간 이어져온 무역흑자 기조가 깨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수출 감소세가 계속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 가동에까지 타격을 주고 나아가 외국과 재화·서비스를 사고판 결과인 경상수지까지 적자에 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것이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무역수지는 -35억달러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17억달러를 기록한 수출이 수입(252억달러)보다 적었던 탓이다. 이에 따라 4월 전체 무역수지는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수출의 타격은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급감한 터라 이제 ‘시작 단계’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4월1~20일 수출 실적(217억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26.9%나 감소한 수치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조업일수(14.5일)가 지난해 같은 기간(16.5일) 대비 2일 적었음을 고려해도 감소폭이 크다. 구체적으로 ‘대표선수’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줄었고 석유 제품은 배럴당 10달러대로 하락한 국제유가 영향까지 겹쳐 수출 감소폭이 53.5%까지 확대됐다. 자동차 부품(49.8%), 승용차(28.5%) 등 다른 주요 품목도 마찬가지다. 국가별로도 중국(-17%), 미국(-17.5%), EU(-32.6%), 베트남(-39.5%) 등에서 일제히 수출이 줄었다.
이날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수출은 이달 들어 생산 차질, 유가 급락 등과 함께 글로벌 수요 위축 영향이 본격적으로 작용하면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글로벌 여건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수출의 어려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출 부진은 수출 중심의 국내 제조업 생산능력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올해 3월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으나, 이는 2월 중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부품 경색’을 겪었던 자동차 생산이 지난해 3월보다 45.1% 증가하면서 비롯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 김 차관은 “수출 부진을 감안하면 4월에 광공업 생산이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향후 경상수지 적자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2월 경상수지는 64억달러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4월 수출 부진이 본격화하면 흑자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경우 재정적자와 더불어 신흥국이 빠질 수 있는 ‘쌍둥이 적자’ 위기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며 “국내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되고 해외 투자가의 시선도 부정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