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서 확인된 서비스업 위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코로나19의 경제 파급 정도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보는 시각도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 때만큼 비관적이었다.
3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4.4% 급감했다. 지난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감소폭이 가장 크다. 서비스업 생산 급감은 코로나19의 직접 영향권 아래에 있는 숙박음식점(-17.7%)·예술스포츠여가(-31.2%)·교육(-6.9%) 분야가 무너진 탓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대면 접촉이 필요한 서비스업 생산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줄었다. 직전인 2월에 3.4% 급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치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서비스업과 함께 전 산업 생산을 구성하는 또 다른 한 축인 광공업 생산은 4.6% 증가했는데, 이는 2월 부품 수급 문제로 위축됐던 자동차 생산이 3월 45.1% 급증한 데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3~6월) 효과도 있었다.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 줄었는데 이 역시 자동차 판매(53.4%)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자동차 판매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6.1% 급감했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7.2%)가 늘며 전월 대비 7.9% 증가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3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1.2포인트 급락했고 향후 경기 흐름을 의미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6포인트 떨어졌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모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낙폭이 크다. 4월에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제 봉쇄가 집중된 만큼 우리 수출과 제조업 생산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의 체감경기는 11년4개월 만에 최악으로 얼어붙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전 산업 업황실적BSI는 51로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2008년 12월 금융위기 때와 동일한 수치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인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지표다. 100을 밑돌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하다는 의미다.
특히 코로나19가 글로벌 생산망에 타격을 주고 소비를 위축시키면서 제조 수출기업의 업황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제조업 업황지수는 52로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43) 이후 가장 낮다. 수출기업 업황지수는 55로 8포인트 급락했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자동차 수출이 부진하면서 부품업체 등 연관산업 부진이 심화한 탓이다. 반도체와 통신장비 관련 전자부품 수출도 부진했다. 건설업이 속한 비제조업 업황지수도 3포인트 하락한 50으로 나타났다. 비제조업 업황지수 하락은 산업용 전기와 가스 판매가 부진했고 건설수주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문제는 5월 경기 전망도 금융위기 당시만큼 어둡다는 점이다. 전 산업 업황전망지수는 3포인트 하락한 50으로 2009년 1월(49)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제상황(26.4%)과 내수 부진(19.6%)을 애로사항으로 꼽은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체감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줄어들면서 생산량이 감소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며 “회복 가능성은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한재영기자 백주연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