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 1호 정책으로 꼽은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막차를 탔다. 자본확충 어려움 속에 사실상 ‘개점 휴업’인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한숨 돌리게 됐고, 정부가 내세운 혁신금융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9일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적 290인 중 재석 208인, 찬성 163인, 반대 23인, 기권 23인의 표결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 부결 이후 56일 만이다. 당초 개정안은 대주주 결격 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전력을 모두 삭제하는 것이었지만 본회의에서 좌초된 상황에서 부담을 느낀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거래법 위반 중 ‘불공정거래행위’ 전력만 결격사유에 넣기로 했다. 여당은 대주주 자격요건을 상대적으로 강화했고 이를 야당이 수용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현행법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기존의 금융회사 수준으로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정보통신기술(ICT)기업 등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진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주요 ICT 기업들 상당수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다는 점을 적극 고려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ICT기업은 ‘불공정거래행위(공정거래법 제23조와 제23조의2)’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위반 전력만 없다면 인터넷은행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업계의 숙원이 해결된 셈이다.
케이뱅크는 ‘돌고 돌아’ 결국 정상화 물꼬를 트게 됐다. 2018년 정부는 인터넷은행을 혁신성장 1호 정책으로 내세웠다. 같은해 ICT기업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ICT기업의 지분 확대가 가능해지면서 케이뱅크 뿐만 아니라 카카오(035720)뱅크 역시 기대감이 커졌지만 결과는 달랐다. 카카오뱅크는 잇따른 유상증자를 통해 카카오가 최대주주에 올라섰지만 케이뱅크는 KT(030200)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탓에 자본확충이 막혔다. 금융위는 지난해 4월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마저 중단했고 케이뱅크는 대출중단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국회 부결 이후 KT는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하기 어렵다고 보고 ‘플랜B’에 착수했다. KT 대신 금융계열사인 BC카드를 통해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BC카드는 KT의 케이뱅크 지분 10%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오는 6월19일까지 지분율을 34%(7,480만주)로 늘려 최대주주에 올라설 방침이다. 20대 국회가 개정안을 21대로 넘기지 않고 마무리하면서 ‘플랜B’의 수정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KT는 기존 계획을 유지할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BC카드가 케이뱅크 지분을 취득하기로 한 건 이미 이사회 의결을 마친 사안”이라며 “법 개정과 관계없이 케이뱅크 경영정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개정안은 혁신금융에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은행업계 관계자는 “제3, 4 인터넷은행의 등장을 위해서도 개정안은 필수적”이라며 “혁신성장의 한 축으로서 인터넷은행에 ICT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