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이 숨진 화재 참사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의 시공사 대표가 30일 유가족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했다. 그는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 속에 5분만에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물류창고 시공사인 건우의 이상섭 대표는 이날 오후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이천 모가실내체육관을 찾아 사과했다. 이 대표는 단상 중앙에 서서 무릎을 꿇은 뒤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연신 되풀이했다. 이 대표는 단상에 올라간 지 5분도 안 돼 업체 관계자의 부축을 받으며 체육관을 떠났다.
유가족 10여명은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대책을 얘기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대표가 죄송하다고만 할 뿐 사고와 관련된 별다른 내용을 말하지 않은 탓이었다. 이들은 “사과 말고 대책을 설명하라”, “절만 하고 가면 끝이냐”는 등 거센 항의를 쏟아부으며 이 대표의 뒤를 쫓았다.
이 대표가 이 과정서 갑자기 쓰러졌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이 대표를 유가족들이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 과정에서 한때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인근에 대기 중이던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들은 이 대표가 떠난 후 이천시를 상대로 항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단상에 오른 이 대표가 뭐라고 말하는데 마이크도 설치가 안 돼 하나도 안 들렸다”며 “여기 온 이상 사고 관련해서 뭐라도 얘기를 하게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시공사 측은 유가족들의 반발에 관계자들을 보내 대책 등을 논의 중으로 전해졌다.
지난 29일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불로 총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 현재까지 사망자 중 29명의 신원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