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뒷북정치] '오리무중' 김정은의 마지막 승부수, 원산갈마관광지구

원산갈마지구, 자력갱생 핵심 사업

경제개발 독려, 일선서 지휘 관측도

北매체 "풍파닥쳐도 김정은 따라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신변이상설 논란에 휩싸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을 피해 원산에 머무르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다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주목받고 있다.

원산 체류설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것은 김 위원장의 별장인 ‘특각’의 존재도 있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원산갈마지구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는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 전략의 마지막 해로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경제건설에 대한 성과를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중요한 해로 평가받는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2013년 3월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했다가 2017년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2018년 4월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추가 핵·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중단)을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집중’ 노선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 19로 인한 국경봉쇄로 북한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가 필요했고 김 위원장은 그 실마리를 관광에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전경./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전경./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관광사업에 주목하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외화를 확보할 수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과 우수한 기술력이 필요한 제조업과 첨단산업은 북한의 열악한 산업기반 시설을 고려할 때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관광사업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 아니다. 북한은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제철소와 광산 등이 줄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제재를 피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해법이 관광사업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관광산업 진흥을 강조했고, 2016년 5월 노동당 7차대회 결정서를 통해 관광 중심 개방정책을 공식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의 외국인 관광객이 2018년 20만명에서 지난해 30만명으로 급증한 점도 김 위원장에게 고무적인 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해 6월 6일 보도했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해 6월 6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그리고 원산갈마지구는 김 위원장이 구상한 관광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지난해 6월 작성한 강원도 원산 일대에 대한 현장 르포기사를 보면 관광사업에 대한 김 위원장의 관심이 그대로 묻어난다. 매체는 관광지구 완공을 위해 노동자들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 관광지구에는 호텔, 놀이시설, 해변 길, 수상공원 등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리조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찾는 플로리다 팜비치의 호화리조트 마러라고(Mar-A-Lago)와 비교하면서, 북한의 김씨 일가가 수십 년 동안 원산의 휴양시설에서 제트 스키와 요트를 타고 호화 연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를 안내한 북한 측 관계자는 “최고영도자(great Marshal) 김정은 동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24시간 교대근무를 완수할 정도로 헌신적”이라고 밝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이 원산에 머물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김정은 동지께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적극 지원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셨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국내외적으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자신의 자력갱생 노선의 핵심인 원산갈마지구 완공 시기에 맞춰 공개 행보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당초 북한이 원산갈마지구의 완공을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인 지난 15일에 맞추려 했던 점을 볼 때 공사가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노동신문은 “그들(근로자)이 맡은 대상공사를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38노가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원산 별장단지 전용 기차역에 지난 21일 특별열차가 정차해 있다./로이터=연합뉴스38노가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원산 별장단지 전용 기차역에 지난 21일 특별열차가 정차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김 위원장의 신변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북한 신문은 노동절인 1일 자력갱생 정신을 거듭 강조하며 “김정은만 믿고 따르자”고 최고지도자에 대한 변함 없는 충성을 촉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전체 근로자들이여, 영웅적 투쟁력사와 전통을 빛내이며 정면돌파전의 진격로를 힘차게 열어나가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의 사상과 노선을 유일한 지침으로,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철저히 관철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와도 자기 영도자(김정은)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열혈 충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관심을 끌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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