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자연현상을 이해하면 물리학자로서의 소임은 다했다고 할 수 있지만 현실에의 기여 또한 학자의 중요한 의무입니다. 기초부터 응용까지가 중요하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5월 수상자인 전헌수(57·사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새롭게 획득한 지식을 응용해 신개념의 광소자를 개발하는 것을 2차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물리학과 학·석사에 이어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 박사인 그는 ㎚(10억분의1m) 수준의 광구조에서 발생하는 제반 물리 현상을 연구해 신개념 광소자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지식이 단순히 개인적 만족이나 학문적 쾌거로 끝맺음 된다면 그처럼 허무한 일도 없을 것”이라며 “오늘날 발견에서 응용까지 시차가 짧아지고 있는데 학문뿐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현실에 기여하는 것이 나아갈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키워드는 ‘광자결정(photonic crystal)’이고, 두 번째 키워드는 ‘기초부터 응용까지’”라고 소개했다. 광자결정 구조를 조명과 디스플레이 산업의 필수요소인 형광체 연구에 도입해 광자학과 광소자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광자결정은 굴절률이 빛의 파장 정도, 즉 1㎛(100만분의1m) 이하 수준의 주기로 반복해서 변하는 구조이다. 그런 물질의 내부를 진행하는 광자인 빛은 매우 비범한 물리적 성질을 보이는데 우선 그 성질을 밝혀내고 현실에서 사용하도록 구현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는 오랫동안 광자결정이라는 광자학적 플랫폼 기반 연구에 매진해왔다. 새로운 빛의 성질을 찾아 학문의 지평을 넓히고 10~100㎚ 수준에서 빛의 성질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나노광자학을 나침반 삼아 미래 사회의 기반기술인 광집적회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 교수는 “나노광자학은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며 “광자결정 구조를 이용하면 다른 여러 나노광자학 플랫폼 구조에 비해 빛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새로운 나노광자학적 개념을 밝히고 이를 응용한 광소자의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현실에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개발한 무작위 레이저는 광펌핑으로 발진하는 단계인데 응용 가능한 광소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레이저 소자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리학자로서 기초와 응용 면에서 어느 수준까지 연구의 지평을 넓혀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공학자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전 교수는 후학들에게 “과학만 아는 외골수가 아닌 다양한 지식과 건실한 소양을 겸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