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6일 경영권 승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할 것”이라며 삼성의 미래 성장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또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을 사과하는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언급한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나타내는 동시에 극복할 자신감을 함께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미래 비전이 ‘비전 2020’처럼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 등 계량화된 수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사회를 윤택하게 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시하는 ‘상생경영’으로 비전의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이 부회장은 사과문에서 “지난 2014년에 (이건희)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며 “하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의 언급과 달리 삼성은 지난 6년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한화그룹·롯데그룹과의 이른바 ‘빅딜’을 통해 화학과 방위사업 계열사를 모두 정리하는 한편 바이오·시스템반도체·전장과 같은 신사업 진출에 공을 들였다. 인터브랜드가 산출한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도 2014년 455억달러에서 지난해 611억달러로 껑충 뛰는 등 사업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 부회장은 또 “다만 그 과정에서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를 갖게 됐다”며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으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특유의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신사업 분야에서는 ‘패스트 팔로잉’ 전략을 통해 1위에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이미 압도적 1위를 자랑할 정도로 잘하는 분야에서는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0년 초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며 TV 시장에서는 30%가 넘는 점유율로 14년 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지난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19.2%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는 8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문제는 후발업체의 추격이다. 중국은 CXMT와 YMTC 등을 앞세워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차이나 굴기’에 힘쓰고 있으며 스마트폰 시장 또한 시장 포화에 따른 이익 감소와 샤오미·화웨이·오포 등의 추격으로 고전이 예상된다. TV 시장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내년께 선보일 퀀텀닷(QD) 디스플레이나 퀀텀닷나노발광다이오드(QNED) 기반 TV 등으로 점유율을 지켜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20조원이 넘는 금액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로 최근 3년간 73조원이 넘는 금액을 집행한 것은 생존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신사업’은 반도체 관련 사업이나 각종 가전기기를 활용한 플랫폼 및 로봇 사업 등이 유력하다. 특히 올 1·4분기 113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만큼 네덜란드의 전장용 반도체 업체 NXP 인수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상생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보다 윤택해지게 하고 싶으며 더 많은 분이 혜택을 누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밝히는 등 상생경영에 어느 때보다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기부금 300억원 기탁과 마스크 지원 등의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위기에 대응해 인재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 모셔와야 하며 그 인재들이 사명감을 갖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게 해야 한다”며 “그것이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며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또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새로운 성장모델을 보여줄 수 있음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