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매매가가 전세가에 비해 급격히 오르면서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주택시장 침체가 나타난 가운데 매매가가 하락 전환한 서울에서는 전세가율이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갭 투자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 풍선효과에, 수도권 전세가율 6년래 최저=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66.0%를 기록, 2014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4월 기준 경기도의 평균 전세가율은 69.3%를 기록, 1월(70.9%) 대비 1.6%포인트 내렸다. 인천 아파트 또한 같은 기간 74.4%에서 72.9%로 1.5%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전세가율이 떨어진 이유는 경기도와 인천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12·16 대책 이후 수원·용인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이를 막기 위해 국토부에서 부랴부랴 2·20 대책을 내놓자 군포·오산·인천 연수구 등 비규제 지역이 부풀어 오른 바 있다. 경기도 주요 도시들의 전셋값도 만만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경기도 전셋값은 0.23%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1.04% 오르며 전셋값과 매매가의 간극이 더욱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 통계에도 나타난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65.1%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3월(64.6%) 이래 6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매매가가 급격히 오른 2018년 10월 이래 지난해 1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54.7%, 인천 73.1%, 경기 65.1%로 조사됐다.
인천은 지난해 75%대의 전세가율을 유지하다가 올 들어 1월 75.0%, 2월 74.7%, 3월 73.6%, 4월 73.1%로 4개월 연속 떨어졌다. 특히 투자 수요가 몰린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의 지난달 전세가율은 전달 대비 낙폭이 1.9∼2.7%포인트로 컸다. 경기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풍선 효과로 아파트값 상승이 가팔랐던 수원, 성남 수정구, 안양 만안구, 부천, 용인 기흥·수지구, 의왕, 화성의 전세가율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 규제 직격탄 서울은 전세가율 상승=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오르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서울의 4월 전세가율은 57.5%를 기록, 1월(57.2%) 대비 0.3%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최근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셋값은 하락 전환하지 않고 미약하게나마 오르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0.10% 내렸지만 전셋값은 0.11% 올랐다.
특히 가장 급격한 하락한 강남 4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이번 주(지난 4일 기준)에도 0.04% 오르며 서울 평균 상승률(0.02%)을 웃돌았다. 자치구별로 올해 1월과 4월의 전세가율을 비교해보면 송파구가 47.0%에서 48.2%로 1.2%포인트 증가했다. 서초 또한 같은 기간 50.3%에서 51.4%로, 강남은 45.7%에서 46.6%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로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12·16 대책으로 15억 원을 넘기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막으면서 매매수요가 전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실물경기 악화에 따라 주택 시장도 주춤하면서 예비 매수자들 또한 관망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강력한 분양가 통제로 인해 로또 청약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기존 아파트 매입보다 새 아파트 청약이 훨씬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로또 청약을 노리고 전세로 무주택으로 남으려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서울 등 과열지역일 수록 전세가율이 오르면서 갭 투자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