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격 수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학교 인성교육 기능이 마비 상태에 놓였다. 비대면 수업의 유일한 소통 창구인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 학생들에게 ‘줄임말을 쓰지 말라’ 등 지도를 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스승과 제자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대화 예절의 ‘부재’다. 게다가 ‘n번방’ 사건 등 청소년들이 온라인 범죄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으나 직접 대면이 어려운 터라 생활 지도에도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 가정 내 생활 지도도 맞벌이 하는 학부모가 많아 쉽지 않은 실정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달 초부터 원격 수업이 한 달 간 이어지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나 학습관리시스템(LMS)에서 이뤄지는 교사·학생 사이 대화가 대표적 사례. 교육부는 앞서 지난달 14일 전국 국어교사모임 매체연구회에서 제작한 ‘슬기로운 온라인 생활’을 배포했다. 비속어나 과도한 줄임말을 사용하지 말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경상북도교육청 등 일선 교육청도 지난달 학생·교사를 위한 원격수업 유의사항에서 △표준어와 경어 사용 △저작권과 초상권 보호 등 네티켓 등을 강조했지만 실정은 정반대다.
한 현직교사는 교사 커뮤니티에서 “학생에게 수업을 다 들었는지 물어보면 ‘듣고 있음’, ‘ㅇㅇ’(응응, 어어의 줄임말) 이런 식으로 연락한다”면서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시행착오 끝에 원격수업은 제자리를 찾고 있으나 비대면 소통이 장기화되고 있는 탓에 인성교육 등 생활지도에는 구멍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이재억 휘봉고 교장은 “온라인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생활지도”라면서 “학교는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니라 인성교육 기관이기도 한데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다 보니 생활지도에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교육부가 등교 후 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 등 교사가 관찰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한 점도 학교가 학생 지도라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확인이 쉽지 않은 탓에 한 방향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출석하지 않거나 과제도 미제출하는 등 평상시 이뤄지던 생활 지도에 구멍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생활 교육 부재는 고스란히 학부모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최근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을 공유한 ‘n번방’ 사건에 10대 청소년들이 대거 연루됐다고 알려진 데 이어 학생들이 편법을 써 온라인 수업을 수강한 것처럼 속이는 ‘매크로 조작’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교들이 학부모들에게 디지털 성범죄 및 온라인 수업 무단 촬영 방지지도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 일산의 D 고등학교의 경우 최근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최근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처벌 수준도 대폭 강화되고 있다”며 “교육부가 원격수업 영상 자료를 악용해 교육 활동을 침해할 경우 법령에 따라 가해 학생을 조치하고 피해 교사를 보호 조치하겠다고 밝힌 만큼 자녀분이 위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온라인 수업 시 각별한 관심과 주의 지도를 부탁드린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