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부동산 대출규제 약발이 무색해졌다. 지난 3월에 이어 4월에도 4조원 넘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주요은행의 주담대가 2개월 연속 4조원대로 늘어난 것은 2018년 12월 이후 1년 4개월여 만이다. 초강력 대출규제책으로 꼽히는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여파로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 이용이 늘어나면서 폭증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2·16 부동산대책이 9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 대출규제에 집중된 탓에 9억원 미만의 부동산 수요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규제 시행 전 ‘막차’를 탄 주택매매자들의 대출 수요가 일시에 몰린 영향도 관측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4월 말 주담대 잔액은 448조7,894억원으로 전달(444조1,989억원)보다 4조5,905억원 증가했다. 3월에도 전달 대비 4조6,088억원 늘어 두 달 합계 9조1,993억원이나 껑충 뛰었다.
주담대는 지난해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뛰자 증가세도 가팔라져 8월 3조3,036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9·13 부동산대책에 이어 12·16대책까지 잇따라 대출규제가 시행되자 차츰 둔화 조짐을 보였다. 2월에는 증가폭이 9,563억원에 불과해 2017년 3월(3,401억원) 이후 3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은 3월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되면서 반전됐다. 코로나19로 일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를 이용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3월 증가폭이 전달보다 381.9% 폭증했다. 정부 보증 소상공인 지원 대출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출실행까지 시간이 지연되자 우선 집을 담보로 ‘급전’을 끌어다 썼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의 3·4월 주담대 신규 취급액 가운데 30% 이상이 주택구입용이 아닌 기타용도였다. 기타에는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가 포함된다.
특히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 시행 직전 계약한 뒤 잔액을 치르기 위해 은행에 돈을 빌린 수요가 늘어나면서 3월 이후 폭증을 가속화시켰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대출 담당자는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기 전에 집을 산 사람들의 잔액 수요가 지난달 대거 몰려 주담대가 급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3월은 잔액 수요와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에 코로나19까지 덮쳐 주담대를 증가시켰지만 4월 증가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부동산 규제 대책이 부동산 수요 자체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충격에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리브온(Liiv ON)통계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998만원으로 9억2,000만원에 육박했다. 전월 9억1,812만원 대비 186만원(0.2%) 상승해 지난해 4월 이후 12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초저금리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신규취급액 기준 3.12%였던 시중은행 주담대 평균 금리는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3월 2.48%까지 내려가 금리부담이 완화됐다. 결국 고가 아파트를 겨냥한 부동산 대책이 그 이하 부동산 수요까지는 진정시키지 못한 채 주담대 증가를 막지 못한 셈이다.
다만 주담대 폭증 현상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수심리도 코로나19 영향에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집계한 4월 서울 지역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67.0으로 전월(91.4) 대비 24.4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해 6월(51) 이후 최저치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계약돼 있는 부동산 물량의 잔액을 치르기 위한 용도나 코로나19로 급전을 받은 수요가 진정세로 돌아서면 5월 이후부터는 주담대 수요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