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이 선택한 ‘주호영호(號)’의 최대 당면과제는 ‘당 쇄신’과 그 과정에서의 갈등 조정, ‘여당 견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선 당시 줄곧 ‘강한 야당’을 외치며 ‘당 쇄신’을 최우선과제로 꼽아온 주호영 원내대표는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관련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를 만날 계획이다. 문제는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주 원내대표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통합당을 재건할 핵심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177석의 슈퍼 여당을 견제할 힘을 구축하는 것 역시 주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강조했다.
연일 김 내정자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상황에 따라 갈등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홍 전 대표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에 미련을 갖는다는 것은 당을 더욱더 수렁에 빠지게 한다”면서 “주호영 (당 대표) 직무대행이 중심이 돼 혁신 비대위를 꾸려 당이 중심이 돼 새로운 길을 찾으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 정도 역량이 안 된다면 당을 해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수를 뒀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빠른 복당이 바람직하다”며 홍 전 대표의 복당을 예고한 동시에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힘을 실었다. 당 쇄신과 흩어진 힘을 모으기 위해 보수통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전당대회 개최보다 분열적 요소가 적다고 평가한 것이다. 결국 김 내정자와 홍 전 대표 간 불협화음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소속 당선자 복당은 거대여당을 저지하기 위한 계륵이다. 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합당해도 103석에 그쳐 무소속 당선자 4석도 아쉬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홍준표·권성동·윤상현·김태호 4명의 무소속 당선자가 복당 의사를 밝힌 만큼 의석수 한 개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다만 홍 전 대표의 복당으로 계파 갈등이 심해질 경우 국민이 이미 4·15총선에서 심판한 ‘대립각만 세우는 보수정당’ 이미지 탈피가 어려워져 당 쇄신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파로 개별 의원들이 가진 목소리를 내며 쇄신하는 게 아니라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초재선과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새 원내대표의 역할을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과의 협상에서도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슈퍼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여당 견제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정책적·입법적 대안을 제시하고 현 정부 정책이 왜 문제인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내세울 수 있는 대안정당이 돼야 한다”면서 “주호영호에 가장 필요한 전략은 타협과 협상”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