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MB 자원외교 ‘잔혹사’ 반면교사 삼아야

[해외자원개발 시계 6년만에 다시 돈다]

하베스트유전·아카스전 사업 등

비용 과소평가 수익은 과대평가

돈벌어 이자도 못내는 악순환 빠져




#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협상 끝에 4조5,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최종 계약까지 걸린 기간은 고작 44일에 불과했다. 당초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상류 부문(광구)만 인수하려 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하류 부문(정유공장)까지 ‘패키지’로 인수하면서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 가스공사가 뛰어든 이라크 아카스전 사업에서는 투자비 3억8,400만달러 중 3억7,900만달러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당초 목표수익률인 15%를 실무부서의 검토 없이 10%까지 내려 잡는 등 졸속으로 사업이 결정된 여파였다.

해외자원개발 시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외형 확대에 치중하는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가 하락 등 외부적 요인은 외면한 채 비용을 과소평가하면서 수익은 과대평가하는 부실한 경제성 평가 관행을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에 에너지 자주개발률이라는 목표치를 부여했다. 자주개발률은 국내 공기업·민간기업이 해외에서 개발하는 원유·가스 등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한 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정부는 2010년 ‘제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통해 2009년 9%에 그치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019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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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개발률은 공기업에 내려진 일종의 강제 지침이었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내놓는 공공기관장과 공공기관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됐기 때문이다. 공기업들이 단기성과 위주의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그간 탐사광구 위주로 투자했던 공기업들은 생산광구나 매장량 검증이 이뤄진 확인광구까지 투자 범위를 넓힌다.

사업범위를 확대하면서도 경제성 평가는 졸속으로 이뤄졌다. 공기업들은 유가 상승기에 수익성이 낮은 생산광구를 비싸게 사들였다. 유가가 높아지면 자원개발 투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생산량 증가로 유가가 떨어지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자원개발에 동원됐던 가스·석유·광물자원공사 합산 부채는 자원개발 투자가 한창이던 2010년 39조7,218억원에서 2018년 54조9,241억원으로 15조원 이상 불어난 상태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추가 차입해 이자를 내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당시 낙하산 인사의 비전문성,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정부의 평가 방식으로 인해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자원개발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과거 자원개발사업이 대부분 지분투자에 그쳤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자원개발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는 사업 운영권을 따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구에서 필요한 강관 등 철강, 석유나 가스 운송에 필요한 선박 등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에 발주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성윤모(오른쪽 두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20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성윤모(오른쪽 두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20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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