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70년 라이벌' 삼성·현대차, 첨단기술 동맹 변신중

창업주 경영스타일 전혀 다르지만

각각 재계 역사의 새로운 장 열어

차·반도체 놓고 한때 자존심 대결

3세경영서 동반자 관계 변신 기대

지난 1986년 2월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자전’ 출판기념회에서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1986년 2월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자전’ 출판기념회에서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999년 9월28일 남북 통일농구대회 관람과 평양 실내종합체육관 기공식 참석 및 서해공단사업 등의 협의를 위해 판문점을 통해 방북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1999년 9월28일 남북 통일농구대회 관람과 평양 실내종합체육관 기공식 참석 및 서해공단사업 등의 협의를 위해 판문점을 통해 방북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과 현대가 라이벌에서 미래 사업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1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삼성SDI 천안사업장 방문은 한국 재계 역사에 새로운 한페이지를 장식했다. 현대차그룹의 최고경영진이 삼성그룹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상의 이유로 공식 미팅을 가진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선대에도 두 그룹 간 최고경영진이 만나는 일은 드물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간 개별 만남은 지난 2001년 한 차례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 별세 때 재계 총수들이 도와준 데 대한 답례로 이 회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삼성과 현대는 해방 후 70여년간 재계 1·2위를 다투는 라이벌이며 색깔이 다른 기업이다. 각 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전혀 딴판인 경영 스타일을 보인다.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이 명예회장은 치밀하고 신중했던 반면 가난한 집안의 장남 출신인 정 명예회장은 ‘임자, 해봤어?’라는 어록이 나타내듯 과감하고 뚝심 있는 경영으로 각각 국내 최고의 그룹을 키워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 때문인지 두 창업주는 생전 왕래가 드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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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6년 8월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임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미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당일 오후 삼성그룹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1996년 8월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임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미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당일 오후 삼성그룹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16년 12월6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당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2016년 12월6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당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연합뉴스


두 그룹의 경쟁은 2세 경영에서도 이어졌다. 양사의 현재 주력 사업은 전자와 자동차로 다르지만 한때 이 회장은 삼성자동차를 설립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대 역시 전자 및 반도체 사업으로 삼성을 견제하기도 했다. 두 그룹은 기아자동차 인수, 삼성동 한전 부지 인수를 놓고도 자존심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주력 사업에서 경쟁을 벌이며 1990년대 즈음에는 두 그룹이 서로를 크게 견제하며 이 회장과 정 회장은 별도의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삼성과 현대의 주력 사업이 전자와 자동차로 재편되며 얼어붙었던 양사의 관계도 누그러졌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공식 만남으로 양사 간 협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공급받았는데 정 수석부회장의 삼성SDI 방문을 계기로 양사가 공급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특히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향후 현대차가 주요 고객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의 주력 분야인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이 미래차인 전동화차량에 다수 탑재돼서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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