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단독]"라임펀드 피해 구제" 은행, 손실30% 선보상한다

우리·신한 등 7개 판매은행들 '자율보상안' 마련나서

판매 고객 3,000여명 대상…묶인 펀드 자산의 75% 가지급도

금감원 "손실보전금지 위반 아냐" 비조치의견서 전달

향후 최종 분쟁조정 결과따라 추가지급 방침도

이달 중 이사회 의결후 이르면 다음달부터 협의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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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판매 은행들이 투자자들에게 예상손실액의 30%를 우선 보상하고 묶여 있는 펀드 자산 평가액의 일부를 가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라임펀드 분쟁조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이 투자자들에게 먼저 보상금 등을 지급하고 최종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추가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펀드 환매중단 이후 막대한 자금이 묶여 있던 약 3,000여 명의 투자자들에게 피해구제 길이 열린 셈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부산, 경남, 농협 등 7개 은행들이 지난 2개월 동안 법률 검토와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도출한 환매중단 라임펀드에 대한 자율보상안의 윤곽이 나왔다. 손실 예상금액의 30%를 우선 보상하는 안과 그동안 투자자들이 요구해왔던 가지급금도 포함됐다.


손실의 ‘30%’ 선보상비율 어떻게 나왔나
은행들이 예상 손실액을 근거로 ‘선(先)보상’에 나선 것은 분쟁조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우선 불완전 판매 가능성에 따른 최소 수준의 보상액을 먼저 지급하고 실제 분쟁조정 결과가 나오면 이에 맞춰 정산을 다시 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상 손실액의 30%를 기준으로 잡은 이유는 지난해 독일국채금리 파생연계증권(DLF) 등 기존의 분쟁조정 결과를 참조했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의 경우 기본 배상비율은 손실액의 30%다. 이에 더해 투자 경험 및 연령에 따라 DLF 분쟁조정 결과 40~80%의 최종 배상비율이 부과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사례를 참고해 판매사들이 ‘최소의’ 선(先)보상비율을 잡았다”며 “향후 실제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은행이 추가로 지급하기는 쉽지만, 투자자로부터 반환받기는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증권이 지난 3월 자사 고객들에게 제시했던 라임펀드 보상비율도 손해액의 최소 30%, 최대 85%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객들이 요구해온 가지급금도 펀드 평가액의 75% 선에서 먼저 내놓는다. 적어도 이 정도는 장기적으로 자산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펀드 자산이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이 많기 때문에 일단 먼저 은행들이 최소 환수 가능 예상금액을 고객들에게 먼저 내주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자산이 회수되면 75%까지는 은행들에 귀속되고 이 이상은 고객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현재 플루토 FI D-1호의 경우 펀드 기준가가 약 450~470원, 테티스 2호의 경우 600원~630원 수준이다. 원금인 1,000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게다가 자산 대부분이 사모사채나 메자닌 채권이어서 당장 현금화할 수도 없다.

보상 방안의 예를 들면 투자원금이 1억원인 경우 라임펀드 기준가격이 4,000만원이라면 이의 75%인 3,000만원의 가지급금으로 준다. 또 손실 예상액 7,000만원(1억원-3,000만원)의 30%인 2,100만원의 보상액 등 총 5,100만원을 선지급하는 방식이다. 만약 기준가격이 6,000만원이라면 가지급금 4,500만원(6,000만원의 75%)과 보상액 1,650만원 (5,500만원의 30%) 등 6,150만원을 1차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선보상액은 환매가 중단된 총 4개 모(母)펀드의 173개의 자(子)펀드의 기준가마다 달라진 전망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국공채와 라임 모펀드를 섞어서 구성한 자펀들의 경우 투자자 손실액이 20% 안팎까지 줄어들 수 있다”며 “그러나 총수익스와프(TRS)를 이용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전액 손실이 난 자펀드의 경우 투자자 손실이 약 70%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율보상은 플루토FI D-1호(사모사채 펀드), 테티스 2호(메자닌 펀드) 등의 펀드를 중심으로 한다. 손실이 가장 큰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은행권 판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은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불법행위가 상당 부분 확인된 상태이므로 이르면 6월말 늦어도 7월초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빠른 배상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는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로 전액 보상하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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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보상이 이뤄진 후에라도 최종 분쟁조정 결과가 나오면 이에 맞춰 은행들이 추가로 배상한다. 또 펀드 투자 자산의 가격이 올라 예상보다 펀드 회수금액이 늘어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플루토FI D-1호 및 테티스 2호 관련 분쟁조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로선 2025년에야 상환이 만료될 계획이어서 분쟁조정은 기본적으로 최종 손실이 확정돼야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은행들이 선제적인 보상에 나선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투자자 협의 개시…투자자별로 원금의 30~80% 받을듯
은행권의 라임펀드 환매중단 금액은 2019년 말 기준으로 총 8,440억원, 투자자는 3,231명에 달한다. 개략적으로 펀드 기준가를 원금의 절반으로 본다면 가지급금 약 3,100억원, 예상손실에 따른 우선 보상액은 1,500억원 선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지급금의 경우 펀드 자산이 배드뱅크를 통해 장기적으로 환수되면 은행으로 귀속된다. 은행권이 떠안는 손실보상액은 실제 분쟁조정을 통해 더 올라갈 수 있다.

이 같은 피해구제 방안은 그동안 자율보상의 걸림돌이었던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감독당국이 해소해주면서 가능해졌다. 은행들은 펀드 손실에 대해 판매사가 보상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손실보전 금지 조항에 위배될 수 있어 이사회 통과가 어렵다는 우려를 감독당국에 전달하며 향후 처벌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해왔고 금융감독원이 이를 받아들여 최근 각 은행들에 전달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판매사가 위법 가능성이 불명확한 경우 사적화해 수단으로 손실을 보장하는 행위는 증권투자의 자기책임투자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향후 은행 검사에서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견을 은행들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각 은행들은 이 같은 자체 보상 방안을 이달 중 이사회에서 의결해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권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방안이 은행별 이사회를 통과하면 이를 투자자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기회를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사회에서 의결되지 않은 만큼 이번 보상안이 최종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적대는 증권사들도 발걸음 빨라질 듯
은행들의 보상안을 개별 투자자들이 받아들일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이 급한 개인들은 일부라도 돈을 먼저 받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 고객들은 ‘예금’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인 만큼 계약 취소를 통한 전액 보상을 요구하며 보상협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라임펀드 투자자 모임 관계자는 “투자자마다 의견이 달라 은행에 일치된 요구안을 제시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자율보상에서 빠진 증권사들도 향후 여론의 압력으로 자체 보상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자율보상 방안에 대해 주저해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먼저 대대적인 보상안을 내놓았으니 증권사들도 여론에 밀려 보상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고객들이 수억원의 자금이 묶인 채 기약 없는 분쟁조정 결과를 기다리도록 하는 것은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보상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혜진·이태규·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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