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토요워치]고급예술의 '랜선 초대'…코로나에 콧대 낮췄다

관객 잃은 공연·미술계 '무료 온라인스트리밍 서비스' 활발

이젠 안방서 잠옷 차림으로 뮤지컬·연주회 등 편하게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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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녀석이 ‘억 단위’의 고액 그림을 샀단다. 가로 150㎝, 세로 120㎝의 캔버스 안에 담긴 것은… 그냥 흰색. ‘이게 몇 억? ’이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무섭게 녀석이 치고 들어온다. “이게 여백의 미가 있네.” 큰 여백이 맞는 것 같긴 하다만.

연극 ‘아트’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예술을 둘러싼 사람들의 허영과 위선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예술지식을 동원해 ‘나는 너와 다르다’ ‘내가 너보다는 한 수 위’라는 점을 어필한다. 무대 밖 세상도 마찬가지다. 취향은 개개인을 계급적·계층적으로 구별 짓는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구별 짓기’는 ‘취향이 계급의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부르디외의 말마따나 서열화된 문화 획득과 사용방식은 그 기회를 향유하는 개인들의 집단을 명확하게 구분해왔다.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미술 등 예술 장르를 향한 ‘비싼 취미’ ‘어렵고 고상한문화’ 같은 사회적 선입견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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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바뀌었다는 2020년 ‘코로나 원년’에는 그러나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과 경제력이 높은 진입 문턱으로 작용했던 문화예술 분야에서 벌어진 ‘랜선 혁명’ 때문이다. ★관련기사 *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객을 잃은 공연단체와 미술·전시기관 등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소수 대신 누구에게나 무료로 작품을 내보이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진행하고 나섰다. 이제는 방구석에서 잠옷 차림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공연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회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다. 공간과 비용, 격식과 지식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운 ‘향유의 기회’가 확대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 확대된 기회로 ‘그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을 구분했던 기존 문화지형의 대변혁이 올 수 있을까. 아니면 일시적인 무료체험에 그칠까.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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