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공연장들이 기약 없는 휴식기에 들어가게 되면서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국립극장,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극장과 예술 단체들이 차곡차곡 쌓아왔던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국제적 공연기관의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을 선도했다고 할 베를린 필하모닉은 지난 3월 독일 정부의 공연장 폐쇄 조치 이후 유료 온라인 플랫폼인 ‘디지털 콘서트홀’을 무료 개방해 화제가 됐다. 전 세계 어디에서라도 베를린 필을 만날 수 있게 한다는 문화 접근성 제고의 취지에 한층 더 다가선 것이다.

2008년 문을 연 베를린 필의 디지털 콘서트홀은 준비에만 10년 이상 소요됐다. 처음 제안됐을 때는 기존 공연장의 수요 잠식을 우려하는 회의적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리어 오프라인 공연 수요의 견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입증됐다. 방대한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기존에 제안된 영화관 송출 방식이 아닌 개인용 컴퓨터(PC)와 가정용 기기에 연동이 용이한 스트리밍 방식을 택해 현명하게 스마트폰 시대를 예비하고, 공연장 상주 기술진이 실황 음향에 최적화된 고품질 서비스를 개발해 예술과 기술의 성공적 결합 사례를 제시했다. 연평균 40여 회 유료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외부 단체들의 ‘대관’ 수요가 증가해 수익모델로도 자리 잡았다. 세계 최고라는 베를린 필의 사운드가 20세기의 산물인 베를린 소재 ‘필하모니’와 21세기의 산물인 ‘디지털 콘서트홀’이라는 두 개의 상호보완적 유통구조로 관객들을 만나온 셈이다.


평상시에는 공연장의 보완재, 위기 시에는 대체재의 역할 모델을 제시한 베를린 필 디지털 콘서트홀의 사례를 통해 문화예술 사회간접자본(SOC)으로서의 디지털 공연장의 기능을 생각한다. 우리도 문화예술과 관련한 디지털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더라면 공연장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에서도 예술 단체들과 관객들의 숨통을 다소나마 틔워줄 수 있지 않았을까. 지속 가능한 예술생태계를 위해서는 장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유통망 혁신으로서의 디지털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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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현재 임시로 시행되는 각 기관의 온라인 공연 상시화를 위해 민관 컨센서스에 기반한 ‘디지털 예술의전당’과 ‘디지털 세종문화회관’ 등이 마련돼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스마트한 공연장 구상에는 설계 과정에서부터 디지털 전환에 대한 고려가 포함돼야 하며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 등 공연자 보호도 필수적으로 숙고해야 한다. 특히 오케스트라 등 노동집약적 특성이 강한 직군의 공연 형태와 관련한 고민을 포함해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서서 방역 측면에서도 전문적인 무대 조성에 대한 구상과 논의가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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