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아파트가 지난 3년 새 서울에서 절반 이상 감소한 가운데, 자치구별로 6억 원이하 아파트 가구 수가 많게는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별로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1,000가구도 남지 않아 사실상 중저가 아파트의 소멸을 앞둔 자치구도 3곳에 이르렀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여파로 2017년 까지 자치구 별로 1만 가구 이상 남아있던 중저가 아파트가 상당수 6억 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6억 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이 서울에서 다시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9억 원 이상 강남 3구 또는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114에 의뢰해 분석한 ‘서울시 아파트 가격대별 분포 현황’을 보면 2017년 8월과 비교해 2020년 5월 현재 6억 원 이하 아파트 가구 수는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에서 일제히 감소했다. 가구 수 기준으로 감소 폭이 가장 큰 자치구는 성북구로 2017년 8월 당시 6만 896가구에 달하던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5월 현재 2만 2,643가 남아 3만 8,053가구가 줄어들었다. 감소 폭은 62.7% 다.
성북구 외에도 강서구와 관악구 등 15개 자치구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1만 가구 이상 뭉텅이 감소했다. 강서구의 경우 5만 5,874가구에서 2만 6,978가구로 2만 8,896가구가 줄었으며 관악구에서 2만 3,672가구, 동대문구에서 2만 8,426가구, 성동구에서 2만 6,560가구의 6억원 이하 아파트가 가격 구간대를 높여 사라졌다. 특히 성동구의 경우 중저가 아파트 가구 수가 애초 2만 7,879가구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1,319가구 밖에 남지 않았다. 감소율은 95.3%에 이른다.
성동구와 함께 광진구(1만346가구→841가구), 용산구(7,130가구→712가구), 중구(1만194가구→617가구)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가구수가 90% 이상 줄어들면서 현재는 수백 가구 수준만 남게 됐다. 현재 중구에서는 묵정동의 묵정아파트, 충무 아파트 등이 6억 이하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묵정 아파트의 경우 지난 1월 전용 52.46㎡ 2층 물건이 3억2,000만원으로 실거래됐다.
강남3구의 경우에도 70~80%가 줄어들어 강남구(1만164가구→2,980가구), 서초구(9,943가구→2,304가구), 송파구(2만5,894가구→5,056가구)로 줄어들었다. 강
남구의 6억 이하 아파트는 지난 2월 4억500만원에 거래된 삼성동의 LG선릉에클라트 전용 36.15㎡ 등 대부분 전용면적 30㎡대의 아파트다.
노·도·강의 경우에도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수만 가구 규모로 줄었다. 중저가 아파트가 가장 많은 노원구의 경우 12만183가구에서 3만3,823가구가 줄어 8만6,360가 남았다. 도봉구는 5만5,321가구에서 4만3,006가구로, 강북구는 2만2,797가구에서 1만4,882가구로 줄었다.
중저가 아파트 가구수가 줄면서 전체 아파트 중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도 3년새 대폭 줄었다. 광진구의 경우 2017년 8월 41.7%의 아파트가 6억원 이하였지만 현재는 3.3%에 불과하다. 그외 마포구도 3년전까지는 절반 이상(53.2%)이 중저가 아파트였는데 지금은 7.9% 많이 6억원 이하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비율이 다시 상승하는 데는 회의적이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최근 들어 감소폭이 큰 곳은 강남3구와 용산구를 꼽을 수 있는데, 이 곳들은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이 적다”며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구로구나 강북구 등은 최근까지 오름세 였던 만큼 극적인 하락보다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갭메우기 움직임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