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군인이 복무 중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을 도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대 내 휴대폰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부 장병들은 간부들의 눈을 피해 제출하지 않은 휴대폰을 따로 소지하고 불법도박까지 일삼고 있지만 정작 군은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19일 국방부와 전현직 군인 등에 따르면 일부 장병들은 수칙을 어기고 제출용 휴대폰과 비 제출용 휴대폰을 동시에 소지하는 등 병영 내 휴대폰 사용과 관련해 각종 편법이 난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2월 전역한 이모(24)씨는 “군 복무 당시 두 개의 휴대폰을 편법으로 사용하는 군인들이 많았다”며 “특히 제대날짜가 다가오는 장병들은 거의 대부분 그랬다고 봐도 된다”고 전했다.
별도의 비 제출용 휴대폰을 따로 소지하면 지정된 시간 외에도 간부의 눈을 피해 언제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등록되지 않은 휴대폰의 경우 카메라 이용을 제한하는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에서도 제외돼 각종 군사기밀 유출도 우려된다. 현역 군인 신분인 대화명 ‘이기야’ 이원호(19) 일병이 군 복무 중 박사방 운영에 가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식의 편법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정소지한 휴대폰을 통한 불법도박도 부대 내에서 버젓이 벌어졌다. 전현역 군인들에 따르면 생활관 내 TV를 시청하며 휴대폰을 사용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불법 스포츠토토, 사다리타기 등 불법도박을 즐겼다고 증언했다. 올해 초 전역한 전모(23)씨는 “군인들도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군 생활이 심심해 야구 중계를 보면서 결과에 베팅을 하거나 사다리타기 같이 몇 분 내에 결과가 나오는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말했다.
군인의 휴대폰 사용규칙을 규정한 ‘병 휴대폰 사용 기본수칙’에 따르면 사병들의 휴대폰 사용시간은 부대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개 오후6~9시로 엄격히 정해져 있다. 이 외 시간에 몰래 휴대폰을 사용한 것은 모두 징계대상이다. 그럼에도 부정 사용이 횡행하는 것은 군의 처벌수위와 관리·감독이 미흡한 탓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도의 한 부대에 복무 중인 A씨는 수천만원 규모의 도박으로 징계를 받은 타 부대 사례를 언급하며 지휘부에서 군내 도박을 엄중히 다스릴 것처럼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후 실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따로 전수조사를 하지도 않은데다 제보를 통해서만 잡겠다고 하니 다들 서로 알면서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그런데 누가 제보를 했겠나”고 지적했다.
현역 군인이 휴대폰을 사용해 성착취 범죄에 가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국방부는 휴대폰 부정 사용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 사용과 관련된 조사와 관리도 할 방침”이라면서도 “휴대폰 부정 사용 등으로 징계를 받은 장병 수치 등은 따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