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황모(44) 씨는 지난 주말 집 앞 정육점에 갔다가 ‘100g=3,190원’이라고 적힌 삼겹살 가격에 깜짝 놀랐다. 황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외식을 안 하다가 오랜만에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려고 했는데 가격이 너무 올랐더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서 코로나19로 이어지는 감염병 사태에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삼겹살 가격이 춤을 추고 있다. 연말 연초 ASF 탓에 애꿎게 돼지고기 소비가 급감하며 가격이 뚝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가정 내 소비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껑충 뛰었다.
19일 축산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둘째 주 ㎏당 3,714원이었던 삼겹살 평균 도매가격(탕박)은 18일 현재 5,139원으로 38.4% 급등했다. 소비자가격도 100g 당 평균 2,214원으로, 연초 1,500원선과 비교하면 1.5배 가량 올랐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는 삼겹살 가격도 크게 올랐다. 연초만 해도 ASF 여파로 돼지고기 소비가 급감하며 가격이 고꾸라졌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몇 달 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삼겹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족끼리 집에서 삼겹살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4월 기준으로 삼겹살 출하가 평년 대비 15.4%, 전년 대비 7.2% 늘었는데도 수요가 워낙 강하다 보니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5월 이후 본격 행락철이 도래하면서 삼겹살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긴급재난지원금까지 시중에 풀리면서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저물가 기조 속에 몇몇 특정 제품이 ‘밥상 물가’를 끌어올려 가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배추(91.4%), 국산 쇠고기(5.4%) 등 주요 품목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다만 저유가 영향으로 전체 생활물가지수는 0.3% 소폭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일부 영향이 큰 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있지만, 반대로 마늘 등 가격이 떨어진 품목도 있어서 전체 장바구니 물가 상황은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