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가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다독가’로 유명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18일(현지시간) 올여름 추천 도서 목록을 공개했다.
빌 게이츠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휴가철을 앞두고 5권 정도 책을 골라 공개 추천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 탓에 멀리 휴가를 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오히려 독서 할 수 있는 시간은 더 넉넉해질 수 있는 만큼 ‘5권+α’를 제시했다.
코로나 시대... 지식과 위안이 필요하다면 |
게이츠노츠닷컴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추천한 첫 번째 책은 에디스 에바 에거의 ‘선택(The Choice : Embrace the Possible)’이다. 빌 게이츠는 이 책에 대해 “부분적으로 회고록이기도 하고, 트라우마 극복 과정에 대한 안내서”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저자가 가족과 함께 아우슈비츠에 보내졌을 때 겨우 열 여섯살이었다”며 “믿기 어려운 공포에서 살아 남은 후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와 치료사가 됐고, 그녀의 남다른 배경은 그녀에게 놀라운 통찰력을 줬다”고 말했다. 특히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빌 게이츠는 평가했다. 다만 이 책의 번역본은 국내에 출간되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의 또 다른 추천 도서는 존 M. 배리의 ‘그레이트 인플루엔자’다. 미국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 이번 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재조명받고 있는 책이다. 빌 게이츠는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전례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그러나 역사적 비교 대상을 찾는다면 1918년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이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발병 사례에 대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가르쳐준다”며 “비록 1918년이 현재와는 아주 다른 시기이긴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여전히 똑같은 도전들을 많이 다루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2004년 출간됐다. 저자는 그 당시 이미 책을 통해 “21세기 대유행병의 출현은 시간 문제이며 초연결 때문에 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5년 여름 휴가 때 이 책을 읽고, 국가적인 감염병 방어체계를 구상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책 역시 아쉽게도 국내 번역본은 출간되지 않았다.
코로나 19를 잠시 잊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은 데이비드 미첼의 장편소설 ‘클라우드 아틀라스(문학동네 펴냄)’다. 배우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동명 원작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는 책에 대해 “수 세기 간격으로 벌어진 여섯 가지 이야기가 포함돼 있어 줄거리를 설명하기는 조금 어렵다”면서도 “다 읽고 난 후 오랫동안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되는 그런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간성의 최고와 최악에 대한 정말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에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책은 국내에서는 2010년 번역 출간됐다. 두 권이 한 세트로 구성돼 있다. 국내 출판사 역시 책에 대해 “서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묘하게 얽힌 여섯 개의 퍼즐 조각 같은 이야기”라며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는 주인공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전 이야기를 손에 넣고, 여섯 개의 이야기는 서로 절묘하게 맞물리며 펼쳐진다”고 소개했다.
성공한 기업인답게.. 경제경영 도서도 |
디즈니 최고경영자 로버트 아이거의 ‘디즈니만이 하는 것(쌤앤파커스 펴냄)’도 추천 목록에 포함됐다. 빌 게이츠는 “최근 몇 년 새 읽은 가장 뛰어난 경영 도서 중 하나”라며 “아이거는 대기업 CEO가 되는 게 정말 어떤 일인지에 대해 아주 훌륭하게 설명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즈니스 통찰력을 찾든,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찾든 간에 디즈니 역사상 가장 변혁적 시기에 디즈니를 감독하는 아이거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이 달 초 출간 됐다. 디즈니가 왜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에 대한 인수합병에 나섰는지 그 배경과 거래 속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스티브 잡스와의 특별한 우정, 아이크 펄머터, 루퍼트 머독 등 미디어 업계의 거물들과의 뒷이야기도 담겨 있다.
마지막 추천 도서는 지난 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 부부의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생각의힘 펴냄)’이다. 빌 게이츠는 “일반인들이 경제학을 접하게 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며 “명석한 경제학자들”이라고 저자를 호평했다. 이어 그는 “책은 미국처럼 부유한 국가에서 우선시 되는 정책 토론에 집중함으로써 불평등과 정치적 분열 문제를 다룬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이 달 초 서점가에 선보인 신작이다.
시장의 기능과 효율성, 공정성은 맹신하면서도 인간의 자존감과 행동심리, 공동체의 역할, 국가나 지역의 고유 특성 등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하거나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선배 경제학자들의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반박한다.
올 여름엔 특별히 영화, 다큐도 추천 |
이런 점에서 올 여름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다른 책 몇 권과 TV쇼와 오락거리를 더 추천했다. ▲에이모 토울스의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현대문학 펴냄)’ ▲조슈아 포어의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갤리온 펴냄)’ ▲애디 퍼디컴의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스노우폭스북스 펴냄) 등의 책과 함께 로버트 레드포드·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스파이게임(2002)’, 넷플릭스 다큐 ‘판데믹: 인플루엔자와의 전쟁(Pandemic: How to Prevent an Outbreak)’, 미드 ‘어 밀리언 리틀 씽즈’‘디스 이즈 어스’ ‘오자크’ 등이 빌 게이츠 추천 목록에 별도로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