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시장 직속 감사위원회에 성희롱·성폭력 근절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등 성인지력 향상 특별대책을 추진한다. 최근 불거진 오거돈 전 시장의 성 비위 사건을 한 개인의 잘못을 단죄하는 것을 넘어 조직 내 성차별적 관행을 없애고 성인지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변성완 시장 권한대행은 2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 성인지력 향상 특별 대책’을 발표했다. 변 대행은 “그동안 여성계, 시의회, 전문가 등과 함께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성희롱·성폭력 근절과 성인지력 향상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며 “각계의 제안을 토대로 성인지력 향상 특별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말했다.
시는 먼저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응체계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시장 직속 감사위원회 내에 전담기구인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신설한다. 추진단은 시 본청, 구군, 산하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응하고 예방책을 추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전담기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외부전문가도 채용할 계획이다. 성희롱·성폭력 징계기준도 성희롱의 경우 최소 감봉 이상, 성폭력의 경우 최소 강등 이상으로 현 법적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고 향후 감사위원회 및 인사위원회 위원 위촉 시 성희롱·성폭력분야 전문가를 위촉해 사건처리의 공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피해자 중심의 대응매뉴얼도 체계적으로 정비한다.
또 사건처리 이후 피해자의 업무 적응 등을 모니터링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퇴직 시까지 물리적 공간은 물론 연관부서에 근무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사후관리시스템을 마련한다. 직근 상급자 연계책임제를 신설해 부서관리자에게 부서원의 성인지력 향상 노력의무를 부여하고 특히 가해자의 직근 상급자에게 성과연봉을 하향하며 성인권 특별교육도 한다.
체계적인 성희롱·성폭력 예방시스템도 가동한다. 전 직원 성인지 감수성 확립을 위한 교육이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직급 구분 없이 연 2시간 의무교육에서 벗어나 기관장·관리자 대상 교육을 신설하고 전 직원 대상 특별교육도 두 배로 확대 시행한다. 이와 함께 직급별 맞춤형 성인지 정규교육 과정을 신설해 신규임용자부터 관리자까지 단계별로 성인지 교육을 한다.
특히 성인지 관점을 이해하고 직장에서 상황별로 실천할 수 있는 ‘성평등 가이드라인’ 을 제작해 시를 포함해 산하 전 공공기관에 배포한다. 조직 내 성인지감수성도 매년 진단해 그 결과로 도출된 미비점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산하 공공기관장 등 임원 임용과정에서도 성희롱·성폭력 예방계획 등 성인지 감수성 요건을 추가 심사하고 경영평가 시에도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평가를 강화해 실행력을 확보한다.
이와 함께 올해 초 수립한 제2차 부산양성평등종합계획(62개 과제)을 내실있게 추진하고 130억 원 규모로 조성된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한 성평등 신규사업도 적극 발굴·시행한다. 자치구·군의 성인지 정책 종합 평가를 통해 양성평등시책을 구·군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독려한다. 또 공기업 임원과 관리직에도 여성 참여 목표제를 통해 여성관리직 비율을 확대한다.
시는 공공분야를 넘어 민간분야와 신종성범죄까지 포괄하는 성폭력 총괄대응과 여성인권향상을 위해 ‘부산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가칭)를 여성가족부와 적극 협의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분원형태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변 대행은 “성희롱·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가치의 실현은 너무나 당연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단편적인 사건과 이슈에만 매몰돼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부산시의 명예와 부산시민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생각과 관점이 바뀌고 문화와 제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부산시민께서는 관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