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동십자각]복합쇼핑몰, 규제보다는 상생의 전략이 필요할 때

노현섭 생활산업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출이 줄면서 간혹 주말에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인근 교외로 나들이를 나간다. 한적한 자연 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말에 비가 자주 오면서 교외 나들이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히 생겼다. 이런 날은 잠시라도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의 성화를 누그러뜨리고 비를 피하면서도 식사는 물론 장보기 등이 가능한 복합쇼핑몰이 대안이 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복합쇼핑몰은 우리 가족에게 비나 눈·미세먼지 등을 피하면서 나들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무턱대고 복합쇼핑몰에 갔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대형마트와 같이 복합쇼핑몰도 강제로 휴무하도록 하는 법안이 조만간 처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암초에 걸려 이번 국회로 넘어온 ‘복합쇼핑몰의 출점 및 영업시간 규제’ 법안이 다음달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이러한 쇼핑몰 규제를 공동정책 공약 1호로 내놓은 만큼 법안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매월 공휴일 중 2일을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대형 유통 업체로부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이 법안이 가지는 본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서 규제라는 칼을 꺼내 든 것이 과연 합리적인 판단인지 의문이 든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의 목적성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제품 구매 목적성이 큰 곳이지만 복합쇼핑몰은 시간을 보내는 여가의 목적성이 큰 곳이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연구를 해온 조춘한 경기과학대 교수는 “복합쇼핑몰을 규제하면 소비자는 갈 곳을 잃는다”며 “복합쇼핑몰은 소비재가 아닌 경험재로 봐야 하고 전통시장이 아닌 놀이동산과 비교하는 것이 더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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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 온라인으로 급속하게 몰리는 소비 패턴 변화도 감안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무게중심이 더욱 온라인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주변 상권에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 복합쇼핑몰 관련 주변 상인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복합쇼핑몰보다 온라인 시장 확대가 더 큰 위협이라고 보는 답이 많았다.

한쪽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조건 한쪽을 규제해야 하는 방법도 문제다. 뚜렷한 효과가 없는 규제보다 어려운 중소자영업자들의 출구전략을 지원하는 등 상생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이와 시간을 보낼 또 다른 선택지를 준비해야 하는 것에 귀찮음이 가득한 한 아이 아빠의 투덜거림을 하나의 빵을 규제라는 칼로 빼앗기보다 상생이라는 칼로 함께 나눠 먹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포장해본다. hit8129@sedaily.com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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