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짜장면 시키신 분'…로봇이 나에게 왔다[권경원의 유브갓테크]

[권경원의 유브갓테크]

■늘어나는 일상 속 로봇

음식 주문하면 로봇이 사무실 앞까지 배달

차량진입방지봉 등 장애물도 척척 피하고

횡단보도 파란불로 바뀌기 기다렸다 건너

카페선 단골손님 알아보고 할인도 알아서



# 평일 아침 김 대리는 출근길에 회사 옆 카페에 들러 바리스타로봇이 만들어준 핸드드립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단골손님을 알아본 로봇이 2,000원 특별할인까지 적용해줬다. 점심시간이 되자 셰프로봇이 있는 맛집으로 간 동료들과 달리 다이어트를 시작한 김 대리는 스마트폰으로 샐러드를 주문했다. 30여분 후 배달로봇이 어느새 회사 앞에 도착해 음식을 건네줬다. 어느덧 퇴근시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자 고양이 반려로봇이 반가운 듯 ‘야옹’거리며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

출근길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집 안에서도 로봇과 함께하는 삶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일상에서 로봇을 친숙하게 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대면) 산업’이 떠오르면서 로봇의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주변에서 쉽게 로봇을 접할 수 있는 ‘우리 곁의 로봇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로봇솔루션 기업 로보티즈의 ‘실외 자율주행로봇’이 서울 강서구 마곡 일대를 주행하고 있다. /권경원기자로봇솔루션 기업 로보티즈의 ‘실외 자율주행로봇’이 서울 강서구 마곡 일대를 주행하고 있다. /권경원기자



음식을 배달시키니 로봇이 왔다
서울 강서구 마곡 일대에는 매일 돌아다니는 로봇이 있다. 바로 로봇솔루션 전문기업 로보티즈가 개발한 ‘실외 자율주행로봇(배달로봇)’이다. 이 로봇은 지난 4월부터 한 달간 마곡에서 로보티즈 직원들에게 점심식사를 배달했다.

주문방법은 간단하다. 모바일 식권 서비스 ‘식권대장’ 앱에서 점심을 예약 주문하면 끝이다. 배달로봇은 식당에서 음식을 받은 뒤 사무실 건물까지 이를 가져다준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기술검증 차원에서 살짝 서비스하려 했는데 임직원들의 반응이 좋아 한 달간 685건이나 배달했다”고 밝혔다. 배달로봇이 누빈 거리는 모두 36㎞에 달한다.

한 달간의 1차 시범 서비스를 마무리 지은 배달로봇을 마곡에서 직접 만나봤다. 보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야쿠르트 전동카트였다. 야쿠르트 카트보다 다소 작은 크기에 위쪽 뚜껑을 열면 음식을 담거나 빼낼 수 있는 구조다. 배달로봇은 5월 말로 예정된 2차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며 현재는 배달 일을 잠시 쉬고 있다. 하지만 매일 오전11시만 되면 마곡 지리를 익히기 위해 길을 나선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가 서울 강서구 마곡 로보티즈 사옥에서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권경원기자김병수 로보티즈 대표가 서울 강서구 마곡 로보티즈 사옥에서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권경원기자


오전11시. 로보티즈 건물 1층 로비에 있던 배달로봇이 문밖을 나섰다. 안전을 위해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시속 4.5~5㎞ 정도로 인도 위에서 움직였다. 길 중간에 서 있는 진입방지봉을 능숙하게 피했으며 횡단보도 앞에서 정확하게 멈췄다. 행인 2명이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가 건너는 배달로봇을 발견하고는 “별 신기한 게 다 있다”며 계속 뒤돌아보기도 했다.

로보티즈는 2차 시범 서비스 때 배달로봇의 활용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1차 때는 점심식사 배달로만 한정했지만 베이커리 배달까지 넓히면서 시간대도 자유롭게 운영하려 한다”며 “여러 대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로보티즈가 목표로 세운 배달로봇 상용화 시점은 오는 2022년이다. 로봇 배달원에게 익숙하게 식사를 전달받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싶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라운지엑스’에서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가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권경원기자서울 강남에 위치한 ‘라운지엑스’에서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가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권경원기자


로봇이 내려주는 커피 맛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라운지엑스’ 카페 안.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며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선택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원두를 필터에 붓는다. 원두가루가 평평해지도록 살짝 필터를 흔든 뒤 천천히 물을 붓기 시작한다. 물은 달팽이 모양으로 둥글게 필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곧이어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진다.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바리스타로봇 ‘바리스’였다.


첫 번째 커피가 나온 뒤 이번에는 파나마산 원두로 또 한번 주문해봤다. 다시 원두를 필터에 넣고 이번에는 달팽이 모양이 아닌 꽃 모양을 만들어가며 물을 붓기 시작했다. 협동로봇 카페 라운지엑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라운지랩은 “네 가지 원두에 라운지엑스만의 드립 알고리즘을 디자인해 여섯가지 콘셉트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며 “드립 알고리즘이 클라우드에 저장돼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흔들림 없는 커피 경험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리스가 만든 ‘파나마 레리다 게이샤 워시드’ 핸드드립을 한 모금 머금자 꽃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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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는 지난해 6월부터 라운지엑스에서 총 499시간5분15초 동안 1만3,309잔의 핸드드립 커피(5월 기준)를 내렸다. 올해 3월 문을 연 라운지엑스 대전 소제점에서는 한 달 만에 1,900잔의 로봇 드립커피를 만들기도 했다. 바리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라운지랩은 제주 애월점을 6월에 새롭게 열 예정이며 서울 직영점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라운지엑스’에서 서빙로봇 ‘팡셔틀’이 디저트를 가져다주고 있다./권경원기자서울 강남에 위치한 ‘라운지엑스’에서 서빙로봇 ‘팡셔틀’이 디저트를 가져다주고 있다./권경원기자


바리스에는 ‘팡셔틀’이라는 서빙로봇 동료도 있다. 직원이 팡셔틀의 쟁반 위에 디저트를 놓고 태블릿PC로 자리 위치를 입력하면 정확하게 서빙 업무를 수행한다. 라운지랩은 “테이블을 기억하고 서빙하는 팡셔틀을 고객들이 신기해하며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로봇 시대’
코로나19는 로봇이 우리 일상에 한 발자국 더 들어오는 계기가 됐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예전에는 기술적인 면을 떠나 (로봇이) 필요하냐는 얘기가 있었지만 비대면을 체험한 뒤 로봇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했다.

로보티즈는 액추에이터(로봇 관절 역할을 하는 모듈) 등을 공급하는 솔루션 기업에서 로봇 완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개인 서비스 로봇도 준비하고 있다.

라운지랩 역시 “코로나19 이전에는 로봇이 카페 등에 활용되는 사례가 실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사태로 비대면이 없어서는 안 되는 서비스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운지랩은 로봇 등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페이스오더’를 도입해 단골이 주문하면 로봇이 커피를 준비한 뒤 얼굴을 알아보고 자동으로 할인까지 적용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라운지엑스 드라이브스루(DT) 매장과 무인상회·아이스크림로봇 등도 내놓을 예정이다. DT 매장은 차량이 도로 위 카페 공간에 들어서면 차량번호를 인식해 결제가 되는 형태다. 무인상회는 미국 ‘아마존고’처럼 인공지능(AI) 기반의 행동인식 기술을 통해 물건을 집어가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매장이다. 아이스크림로봇은 올해 여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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