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462대1·118대1…소득 줄이고 휴직하고 특별하지 않은 신혼특공

■'정책적 배려' 퇴색한 신혼특공

물량 적고 경쟁률은 수백대 1…

'일반분양 불가능' 젊은층 올인

신청조건 맞추려 '연소득 줄이기'

육아휴직 등 꼼수 동원 잇따라

2515A27 신혼특공수정다시



“신혼부부 특별공급 신청을 위해 지난해부터 아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갔습니다. 당첨이 확실시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소득조건을 맞추지 못해 특공에 지원조차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30대 신혼부부 A씨)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위해 만들어진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가 일반 분양과 별다를 것 없는 ‘경쟁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워낙 적은 물량으로 인해 신혼특공 경쟁률이 일반 분양을 훌쩍 뛰어넘었다. 인원은 몰리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신청 조건과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부부 연 소득을 줄이거나 혼인신고를 미루는 ‘꼼수’까지 동원하는 상황이다.

◇ 일반보다 경쟁률 높은 신혼특공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의 경쟁률은 95.9대 1이었다. 324가구 공급에 3만 1,277명이 몰렸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이보다 경쟁률이 더 높은 462.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분양보다 신혼특공 경쟁률이 5배가량 높았던 것이다. 앞서 청약을 받은 양천구 신정동 ‘호반써밋목동’ 또한 일반분양 128.1대1, 신혼특공 117.8대1로 경쟁률이 서로 비슷하다.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숲아이파크’도 일반분양과 신혼특공 경쟁률이 각각 66.1대 1·64.3대 1로 둘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신혼특공을 노리는 청약자들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흑석리버파크자이에는 6,933명이, 호반써밋목동에는 5,537명이 몰렸다.


신혼특공 경쟁률이 치솟은 주요 이유 중 하나는 30대 등 젊은 층이 일반분양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호반써밋목동의 일반분양 당첨자 커트라인은 61점, 우장산숲아이파크는 56점이었다. 3인 가족 기준 만 39세가 받을 수 있는 가점은 52점이 최대치다. 이런 가운데 추첨제 물량도 거의 없어 젊은 신혼부부 입장에서 신혼특공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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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량은 ↓, 높은 경쟁률에 ‘꼼수’까지 = 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신혼특공 공급물량은 줄어들고 있다. 우선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분양가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신혼특공 물량으로 배정되지 않는다. 강남권 분양 단지의 경우 신혼특공 물량이 단 한 가구도 없거나 초소형 평형만이 소수 나올 뿐이다. 지난 3월 서초구 반포동에 공급된 ‘르엘신반포’에는 신혼부부를 위한 물량이 한 가구도 없었고 올해 1월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 분양에서는 전용 39㎡ 11가구만이 특공 물량으로 나왔다. 오는 6월 동작구 상도동에 분양 예정인 ‘상도역롯데캐슬’ 또한 전 가구 분양가가 9억 원을 넘기면서 신혼특공 물량은 ‘0’가구다.

소득조건을 맞추기 위한 꼼수도 적지 않다. 현행 규정상 신혼특공에 청약하기 위해서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약 667만 원) 이하, 맞벌이의 경우 130%(약 722만 원) 이하여야 한다. 신혼특공 물량 가운데 75%는 월평균 소득 100%(약 555만 원) 이하 가구에 1순위로 공급한다. 해당 소득보다 적게 벌어야 당첨에 유리한 구조라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출산휴가·육아휴직을 통해 소득을 줄이거나 국내 소득으로 잡히지 않기 위해 해외 주재원 등으로 파견 가는 등 ‘꼼수’까지도 동원되는 상황이다. 당첨될 때까지 부부 중 한쪽은 일을 그만두기까지도 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신혼부부 들도 청약을 노리고 있지만 특별공급이 아니면 당첨이 불가능해 신혼특공에 더욱 매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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