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여야를 막론한 광역단체장들의 대선 도전 선언에 지방자치단체의 지도부 대거 공백 현상이 우려된다. 이들 모두 대선후보로 나서는 순간 마지막 임기 1년을 지도부 없는 권한대행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박 시장은 참모진을 교체하며 대선을 준비하는 정중동의 자세를 보였다. 박 시장은 지난달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았던 빅데이터 전문가 고한석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고 이사장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한국 정당 역사상 최초로 빅데이터 시스템을 선거에 도입한 인물이다. 이외에도 노무현 정부 시절 장훈 연설비서관과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등 국회 경험이 많은 보좌관을 영입했다. 박 시장은 자신을 “노무현의 영원한 동지”라고 칭하는 친노 세력이다.
이 지사 역시 여권 차기 대선주자 2위로 뽑히면서 대권 반열에 올랐다. 부동의 여권 지지율 1위는 이낙연 전 총리지만 이 지사도 대중 지지율에서 밀리지 않는다. 이 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서 신천지 본부를 직접 방문해 신도 명단을 받아오고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재빠르게 도입하는 등 사이다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벌금형 30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따라서 최종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받아야 대선을 뛸 수 있다. 여권 대선 후보로 언급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재판에서 무혐의를 받으면 대선후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에서는 원 지사가 “차기 대권 도전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며 대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원 지사는 여야 초선 1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감을 뽑는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1위를 차지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두 표 차이였다. 원 지사는 한나라당 시절 남경필·정병국과 함께 ‘남원정’이라고 불린 개혁파다. 그는 총선 이후 차기 야권주자가 사라진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서울과 경기에 이어 경남·제주의 광역단체장까지 차기 대권주자로 나설 경우 주요 광역지자체 4곳이 지도부 없는 마지막 1년을 맞이한다. 공직선거법 제201조에 따르면 보궐선거일부터 임기만료일까지 1년 미만이거나 지방의회 의원정수 4분의1 이상이 유지된 경우 광역단체는 재보선을 집행하지 않고 바로 권한대행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지자체장 임기가 오는 2022년 6월에 끝나고 재보선이 내년 4월에 진행되는 이유로 각 지자체가 지도부 공백을 안고 임기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기초단체장이나 광역단체장이 체급을 높이는 선거에 도전하면서 임기 막판에 행정과 의정에서 공백기 문제가 반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