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자본잠식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매각을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이스타항공은 물론이고 대한항공(003490)조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실규모와 결손금이 늘어나며 위협을 받고 있다. 항공사의 자본잠식은 상장기업의 경우 상장폐지뿐만 아니라 항공업 면허취소가 될 수 있는 만큼 항공업 구조조정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 중 아시아나항공·에어서울·이스타항공 등 3곳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4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81.2%를 기록했으며 에어서울과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자본총계가 -632억원, -2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문제는 대한항공의 자본 상황도 만만찮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4분기 순손실과 결손금이 늘어나며 자본총계가 지난해 말 2조7,807억원에서 1·4분기 2조309억원으로 줄었다. 2018년 말과 비교하면 1조1,316억원이나 감소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로 자본 확충을 하며 재무안전성이 개선될 예정”이라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본잠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298690)은 감사법인에 계속기업으로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스타항공은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를 겪고 있으며 에어부산은 지난 1·4분기 기준 11%의 자본잠식률로 올해 56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낼 경우 완전자본잠식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항공사에 대해 재무개선 명령을 내린다. 항공사들은 50% 이상의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이어질 경우 면허가 취소되거나 사업이 중단된다. 문제는 항공사들의 1·4분기 실적에 코로나19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항공사들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등의 운항이 사실상 중단돼 이 여파가 2·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항공사들의 부채비율 역시 급등했다. 대한항공은 1·4분기 1,222.56%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871.45%) 대비 351.11%포인트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1만6,872%까지 치솟았다. 에어부산은 2,064%를 기록했고 제주항공(089590)·티웨이항공(091810)·진에어(272450) 등 다른 항공사들 역시 전 분기 대비 부채비율이 크게 늘었다.
항공사들은 국제선 공급량을 줄이거나 국내선 공급량을 늘리는 등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항공 여객수가 급감함에 따라 손실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비롯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터라 실제 자금 수혈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 역시 자금을 지원하며 긴급 수혈에 나섰지만 일시적인 효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항공사들이 공급 구조조정을 통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