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자의눈] 슈퍼여당 '초선 쓴소리'를 기대하며

하정연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친기업이라는 말에 망설이게 되는데 우리 모두 친기업이 돼야 합니다. 우리는 그간 돈 가진 사람을 죄악시했는데 돈 있는 사람이 돈을 기분 좋게 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경제가 살아납니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둔 지난 2016년 이맘때였다. 당선자 신분이었던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한 경제 강연에서 민주당의 금기어나 다름없던 친기업, 서비스산업 발전법에 의료 분야 포함과 같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최 의원은 임기 내내 최저임금 인상, 분양가 상한제, 타다 금지법 같은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해왔다. 주목해야 할 점은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펼쳤음에도 줄곧 당의 중책을 맡아 민주당의 경제통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20대, 21대 총선 민주당 경제공약 설계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당 제3정조위원장, 이해찬 대표 경제 특보를 지내는 등 당내에서 신임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 의원의 합리성과 전문성에 대한 지도부의 깊은 신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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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똑똑해져야 사회가 풍요로워진다며 기자들을 불러 틈틈이 경제 강의를 해주던 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약무기업 시무노동(若無企業 是無勞動·기업이 없으면 노동도 존재할 수 없다)’이라는 구절을 종이에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갔다. 인력 구조 조정이 아닌 임금 구조 조정, 포괄주의적 규제 체제로의 전환 등 4년 전 그때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처럼 당내 의원들은 물론 기자들에게까지 경제 선생님 역할을 자임했던 최 의원이 다음 주면 임기 종료로 국회를 떠난다. 전문성을 토대로 소신에 따라 당과 청와대에 직언해온 최 의원, 그리고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이 조언을 고깝게 받아들이지 않고 당의 중책을 맡겼던 민주당의 노력과 포용력이 돋보인 20대 국회였다. 그렇다면 21대 국회는 어떤가. 아쉽게도 이렇다 할 ‘초선 쓴소리’가 아직 들리지 않는다.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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