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강훈(18)은 조주빈(24)의 꼭두각시에 불과합니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의 공동운영자로 알려진 ‘부따’ 강훈의 변호인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변호인은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이었던 강군은 텔레그램에서 우후죽순으로 범람하는 ‘야동’ 공유 대화방에 들어갔다가 조씨로부터 연락을 받게 됐다”며 “조씨는 자신의 지시에 복종하며 일할 하수인을 필요로 했고, 그 하수인이 바로 강군이었다”고 말했다. 강군은 음란물을 공유하는 대화방에 들어가기 위해 조씨에게 신체 사진을 보냈다가 약점을 잡혔고, 조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강군 측은 조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혐의 대부분을 조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조씨와 공모해 음란물을 제작하고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협박해 추행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등 성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는 조주빈의 단독 범행이며 강군은 가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조씨로서는 영업 노하우가 알려지면 경쟁자가 나타날 것에 대비해 단독으로 영상을 제작해 게시하고 공범들에게도 방법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군이 윤장현(71) 전 광주시장에게 접근해 재판장 ‘비서관’으로 행세하며 1,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에 대해서는 “강군이 가담하기 전에 조씨가 이미 윤 전 시장에게 돈을 편취한 바 있다”며 “강군은 조씨의 지시에 따라 윤 전 시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했을 뿐”이라는 논리를 폈다.
다만 변호인은 박사방에 음란물을 유포한 것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고 “강군이 중대한 범죄에 가담한 것을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고 후회하며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변론했다.
앞서 강군은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11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강군이 텔레그램에서 ‘부따’라는 대화명을 쓰며 박사방 참여자들을 모집·관리하고 범죄 수익금을 운영자 조씨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회원들이 입장료 명목으로 암호화폐를 입금하면 이를 현금화해 조씨에게 전달하는 자금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군은 조씨와 공모해 지난해 11∼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윤 전 시장에게 접근해 재판장의 ‘비서관’으로 행세하며 두 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오전 조씨의 다른 공범 한모(27) 씨에 대한 2차 공판도 열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한씨를 범죄단체 가입 혐의로 추가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달 25일 3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