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계절의 특성을 느끼기 힘든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대공황 이후 찾아볼 수 없는 대량 실업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가해진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빠른 경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활동적인 왕래, 교류가 필수적인데 검역활동이 계속되는 한 이를 앞당기기는 쉽지 않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을 포함한 서구 열강들은 일자리 보호를 위해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올해 초 단계적 무역합의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지만, 코로나19 질병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고 난 후 교역환경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세계 경제가 빠른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공조 체계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양국의 협력 관계 형성은 쉽지는 않아 보인다. 10년 전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공격적인 통화 확장정책을 시행했고, 그 효과를 확인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당시 미중 관계를 생각하면 지금과는 다른 우호적 관계가 유지됐는데, 지금처럼 충돌 상황이 반복되면 자칫 시장 친화적 금융정책의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시 보호무역 환경이 강화되는 것일까. 우리는 새로운 세계화 패러다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국가에 의한 세계화를 세계화 1.0, 기업에 의한 세계화를 세계화 2.0, 개인이 주도하는 세계화를 세계화 3.0으로 정의 내렸다. 플랫폼 시스템에 기반한 경제 생태계 변화는 이미 감지되었고, 비대면 경제활동이 강화되어 세계화 3.0은 더욱 속도를 높이는 듯하다.
그렇다면 세계화 4.0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인해 과거로 회귀하는 후퇴를 뜻하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또 한 번의 진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국가, 기업 중심의 세계화는 값싼 노동력과 생산자원을 찾아 이동하며 외형확장을 이루었다. 중산층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강제적 보호장벽을 세웠지만,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인해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겼다. 사회구성원의 보건생활과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추가되며 과거의 채산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제 기업은 문어발식 해외진출을 추진하기보다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한계비용이 치솟은 지역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면, 세계화 지도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세계화를 와해시키는 반(反)세계화가 아닌 지역 경제가 좀 더 강화되고 구분되는 ‘반(半)세계화’의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 교역지도의 또 다른 변화에 한국은 조금 더 능동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