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기준금리 또 낮추면서 한쪽선 '규제 감옥' 만드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현행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또 낮췄다. 경기가 더 나빠질 때를 대비해 실탄을 아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현 상황이 다급하다고 본 것이다. 한은은 실제로 이날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끌어내리면서 코로나19가 2·4분기에 정점을 찍지 못하면 -1.8%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의 역성장 전망은 11년 만으로 그만큼 경기 여건이 엄중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추가 금리 인하에 이어 3차 추가경정예산을 곧 발표할 예정인데 그 규모가 4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 나라 곳간을 또 풀겠다고 하지만 재정 투입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고 할 수 있다. 추경에 대규모 국채발행이 불가피하고 이는 효과 이상의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다음달 소비 진작을 위한 대규모 세일 행사를 열 예정이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돈으로 가능한 정책들을 사실상 모두 꺼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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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과 통화 양 측면에서 융단폭격식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국회에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1대 국회를 앞두고 27일 열린 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는 우리가 과연 코로나 터널 속에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정책들이 쏟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과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담긴 상법개정안을 비롯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들이 입법추진 과제에 무더기로 담겼다. 그러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하다고 했던 원격의료 관련 영리화를 배제해 신산업에 대한 규제혁파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내수를 키울 법안들을 통과시키려는 의지도 찾을 수 없다. 여당 대표는 며칠 전 ‘수출보다 내수 진작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재정이든 통화든 어떤 정책을 다 꺼내도 ‘규제 감옥’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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