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서비스업을 위축시켰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제조업 위기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봉쇄(락다운)가 우리 수출에 직격탄을 줬고, 이는 효자 수출 업종인 제조업을 강타했다. 지난달 소비가 큰 폭으로 반등하긴 했지만 언제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할 지 알 수 없어 살얼음판이다.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협을 받는 것이다.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건 위기가 서비스업 위기를 거쳐 제조업 위기로 넘어가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4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소비는 전월 대비 5.3%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전(全) 산업생산은 2.5% 감소했다. 직전 3월 소비가 워낙 쪼그라들었던 탓에 기저효과로 4월 소비 증가 폭은 24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되면서 2~3월 위축됐던 소매판매가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같은 비내구재 소비가 1.6% 늘었고, 준내구재는 20%나 증가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 덕에 승용차 등 내구재 소매판매도 4.1% 늘었다. 생활 방역으로 일부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숙박·음식점 등 서비스업 생산도 0.5% 증가했다. .
문제는 수출로 먹고 사는 제조업이다. 1년 전보다 수출이 25.1% 쪼그라들었던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무려 6% 급감했다.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특히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15.6%)·자동차(-13.4%) 생산이 크게 줄었다. 미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제 봉쇄 영향으로 해외 판매 수요가 위축되면서 완성차업체들이 생산 조정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 2009년 2월(66.8%) 이후 1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68.6%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는 직전 월보다 5.7%포인트 하락한 것인데, 낙폭 역시 지난 2008년 12월 7.2%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제조업 내수 출하가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고, 수출용 3.8% 줄었다. 전체적으로 제조업 출하는 7.3% 급감했다. 이 또한 11년 4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5월 수출 감소 폭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해외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감소, 이로 인한 제조업의 어려움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5월에도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광공업 쪽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3% 줄었다. 월간 기준으로는 이보다 수출 감소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월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동행지수가 한 달새 이처럼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 3월(2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향후 경기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5포인트 하락했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