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만에 국회에 나타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명했다.
29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 입구로 들어선 윤 당선인은 하얀 마스크를 벗으며 단상 위에 올랐다. 검은색 정장 왼쪽 가슴에는 위안부 할머니를 상징하는 나비 문양의 배지와 제주 4·3 사건을 의미하는 동백꽃 배지가 달려 있었다.
윤 당선인은 언론사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한동안 제대로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고 들고 온 서류 뭉치를 뒤적였다. 그가 갖고 온 원고는 A4 용지 33페이지 분량이었다. 윤 당선인은 입술을 질끈 깨문 후 정면을 바라봤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윤미향입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믿고 맡겨 주신 모든 분께 깊은 상처와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한 후 단상 왼쪽으로 걸어 나와 고개를 숙였다.
이후 22분간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쉼터 고가 매입 의혹, 2015년 한일합의 내용 사전 인지 의혹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는 말을 5번이나 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소명이 늦어진 점, 개인 계좌를 사용한 후원금 모금 문제 등에 대해선 “죄송하다”며 5번 사과했다.
이날 국회 소통관은 윤 당선인을 취재하려는 취재 열기로 국내외 기자 200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때문인지 윤 당선인은 발언 중반부터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는 이따금 이마에 난 땀을 닦아냈다.
발표문을 다 읽은 그는 “다시 한번 죄송하고 앞으로…”라고 말한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말씀드리면서 제 입장을 마친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입장 발표를 마친 후 소통관 밖으로 나온 윤 당선인은 관계자가 건넨 물을 마시고 땀을 닦아낸 뒤 15분간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긴장한 듯 두 손을 맞잡고 “자 질문을…”이라고 말을 꺼낸 윤 당선인은 질문이 쏟아지자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곁에 선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이 “내일 임기가 시작되지만 처음 국회를 찾은 상황이다. 지금 굉장히 땀을 흘리고 있어서 계속 질문을 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며 질의응답 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몇 차례 질문을 더 받은 윤 당선인은 송 대변인의 안내에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질의응답이 끝나자 한 중년 남성이 윤 당선인을 향해 “기자회견 내용을 간추려보면 언론도 잘못했고 할머니 주장도 잘못됐고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것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외쳤다.
이날 국회는 윤 당선인 기자회견에 취재진이 몰리자 1층 출입구와 2층 기자회견장에 포토라인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