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슬리퍼를 신고 편한 복장으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 ‘슬세권(슬리퍼와 세권의 합성어)’과 고객 및 직원과의 접점을 최소화하여 쇼핑 서비스의 부담을 줄인 ‘언택트(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반대를 뜻하는 un을 붙인 신조어) 서비스’가 유통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No.1 마케팅 리서치 기업 칸타(KANTAR)는 2020년 1분기(2019년 12월 30일~2020년 3월22일) 국내 음료시장 구매 현황에 대한 분석을 공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분석은 칸타가 운영하는 5천여 명 가구패널과 2천여 명 가구 외(OOH: Out-of-Home) 패널의 실제 음료 구매 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공개한 분석으로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부터 코로나 확산세가 본격화된 3월까지 집 안과 밖에서의 음료 구매 동향은 크게 변화했다. 재택근무 등으로 외부활동이 제약됨에 따라 집 밖에서의 음료 구매량은 줄어든 반면, 집 안에서의 구매량은 늘어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집 밖 구매 채널에서는 백화점&아울렛이 가장 크게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발한 3월에는 전월대비 카페&베이커리가 13.8% 하락하는 등 감소폭이 매우 컸으나, 편의점은 전월대비 7.2% 감소하는 데 그쳤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곳의 방문은 자제하고, 근린형 소비를 통해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가구 내 소비를 위한 구매는 늘었다. 개인형 슈퍼마켓 및 식자재마트, 인터넷몰 등이 모두 증가했으며, 그 중에서도 인터넷몰이 가장 크게 성장했다. 코로나 심화 기간인 3월에는 전월대비 인터넷몰이 17.9%, 식자재마트를 포함한 개인형 및 소형 슈퍼마켓 등이 12.2%, 기업형 슈퍼마켓이 9.6% 성장하며, 슬세권 및 언택트 소비 동향이 두드러졌다. 외출은 하고 싶지만 멀리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부터 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코로나19가 심화된 시기에, 집 밖과 안 모두 식자재마트를 포함한 개인형 및 소형 슈퍼마켓이 눈에 띄게 성장하며, 근린형 소비 트렌드가 두드러졌다. 특히나, 이러한 동향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역 제한 사용 제도로 인해, 근린형 채널 소비를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