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위안부 운동 정상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기업들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할머니들을 도운다는 취지로 ‘기부활동’을 펼치는 기업들도 결국은 할머니들을 ‘상품화’해 이익창출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30일 현재 정의연과 나눔의집을 후원한 기업들이 이를 이용해 영리활동을 이어가는 모습들은 다수 포착되고 있다. 일례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고통에서 해방되길 기원하는 의미의 ‘노랑 나비’를 이용해 악세사리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들은 다수 존재한다. 한 업체는 “기부 액수가 적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큰 참여율로 큰 도움이 된다”며 구매를 독려하는 글도 올려놓은 상태다.
직접적인 수익을 취하지는 않지만 후원활동을 ‘홍보’에 사용한 업체들도 눈에 띈다.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한 편집물 디자인 등 서비스를 후원한 한 업체는 자사 홍보물에 ‘수주 실적’ 중 하나로 홍보하고 있다. 모 미용업체는 ‘착한 기업’임을 내세워 ‘착한품질, 착한가격’ 등으로 회사를 홍보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무료장례를 지원한 한 상조업체도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지만 목표가 되면 더 이상 기업이 아니다”라며 “사회적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들 기업들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다. 송순심(65)씨는 “다 자기들 수익 내려고 (수익의 일부를 기부를) 하는 것 같다”며 “이것도 할머니들을 착취하는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모(45)씨는 “예전부터 할머니들을 이용해 물건을 파는 것을 안 좋게 생각했다”며 “이런 시국에 할머니들을 더욱 상업화 시키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29)씨 역시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찬성했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더 이상 찬성하기 어렵다”며 “기부 문화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고 했다.
반면 기부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모(23)씨는 “의미 있는 일이라 좋다고 생각한다”며 “기부를 이끌어내기에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모(24)씨도 “수익창출을 위한 ‘상술’일 수 있는 있겠지만, 기부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시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경우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금 중 일부를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한다는 악세사리 제작기업 마리몬드가 대표적이다. 마리몬드는 지난해 공개된 ‘미투사건 대응전략’ 문건에서 “마리몬드의 가치에 공감하기보다 보여주기식으로 소비한 10대후반~20대 초반 고객군” “20대 후반~30대 초반 고객군으로 타깃 확장”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논란이 일자 당시 대표는 사퇴까지 했다.
이들 기업을 ‘사회적기업’과 혼동하지 말자는 당부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 기업은 사회적기업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사회적 기업은 기본적으로 작은 규모의 이윤을 남기면서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고용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