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검찰 압박이 공수처 설치 목적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 ‘1호 사건’으로 검찰을 지목해 논란을 빚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찰이 권력과 유착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거나 제 식구를 감쌌다거나 하는 것들이 공수처의 대상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언급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공수처의 원래 뜻은 검찰 통제 수단이 아니라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딴말을 한 것은 공수처 설치 배경이 순수하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여권이 공수처법을 밀어붙인 배경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검찰 압박용이라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독립기관인 공수처에 대해 아무 권한도 없는 행정부의 장관이 수사 방향을 제시한 것은 월권행위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권력형 비리를 막겠다면서 정작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3년째 임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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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검찰 수사팀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자신들이 연루된 범죄 혐의를 덮기 위해 검찰을 몰아붙이는 적반하장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여당은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기 전에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라는 도입 목적에 충실하도록 후속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거치는 등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한다. 공수처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게 마땅하지만 최소한 도입 목적에 맞게 운영돼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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