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점점 심각해지는 2차 팬데믹 위기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개도국서 신규 확진자 급증세

높은 인구밀도·열악한 위생에

서구보다 심각한 피해 가능성

부채위기·극단적 빈곤 우려도

파리드 자카리아파리드 자카리아



몇몇 선진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가 개발도상국들로 번지기 시작했다는 비극적인 현실이 가려졌다. 신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12개국 중 10개국은 브라질·러시아·인도·페루와 칠레 등을 포함한 신흥 경제국들이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에 걸쳐 이들이 이룬 경제적 성과가 물거품이 돼버릴 수 있는 참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동안 개발도상국들은 최악의 상황을 비껴가는 듯 보였다. 브루킹스 인스티튜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4월30일 현재 세계 인구의 84%가 밀집한 저소득 혹은 중간소득층 국가들의 코로나19 총 사망자 수는 세계 전체의 14%에 그쳤다. 아마도 진단검사를 받지 못한 채 숨진 코로나19 환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으로 부분적인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요인들도 있다. 경제 부국 사망자 중 상당수는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개발도상국에는 고령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요양시설이 흔치 않다.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높은 기온도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일부 의료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주민들이 지구촌의 타 지역 거주자들보다 훨씬 많은 질병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중국·미국 등 팬데믹 초기 다른 지역과 여행·교역 면에서 긴밀히 연결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팬데믹이 선포된 후 첫 몇 달간 대규모 감염사태를 피할 수 있었으리라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지난 몇 주 동안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브라질의 하루 사망자는 대략 1,000명 정도지만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매장지 부족으로 나이지리아 북부도시인 칸코의 묘지기들이 기존의 무덤과 무덤 사이 공간에 여러 구의 시체를 한꺼번에 매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국가들은 서구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높은 인구밀도와 열악한 위생조건이 빠르게 질병을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인도의 확진자들 중 5분의1은 뉴욕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뭄바이의 빈민구역인 다라비에서 발생했다. 100만명이 밀집한 이곳의 인구밀도는 뉴욕의 30배에 해당한다. 아프리카 최대 도시인 라고스는 확진자 수가 아직 많지 않지만 전체 주민의 3분의2가 빈민가에 거주하는데다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버스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감염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들의 의료시설은 충분치 않다. 방글라데시의 병상은 인구 1만명당 8개에 불과하다. 미국의 4분의1, 유럽연합(EU)의 8분의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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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가의 국민 대다수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하루살이 인생이다. 바로 이 때문에 개도국 정부는 심각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 경제를 봉쇄하면 국민이 배를 곯고 빗장을 풀면 바이러스가 퍼진다.

개도국들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팬데믹의 세 번째 단계는 부채 위기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중국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참담한 경제적 손상을 입었지만 방대한 정부지출을 통해 그 충격을 크게 완화했다. 하지만 이미 빚더미에 올라앉은 빈민국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달러화로 대출을 받은 후 빠른 속도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자국 통화로 상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살인적 인플레이션 혹은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무역이 가속화된 지난 수십 년 동안 개발도상국들은 부유한 국가들보다 빠른 경제성장세를 기록했고 생활 수준도 덩달아 높아졌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개도국들은 경제부국들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복잡한 금융상품에 그다지 심하게 노출되지 않았기에 경기침체기에도 비교적 양호하게 버텨냈다.

그 결과는 극단적인 빈곤의 대대적 축소라는 희소식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0년부터 2010년까지,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자들의 비율은 그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유엔 새천년개발목표를 예정보다 5년 앞당겨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에 걸쳐 이뤄진 성과가 불과 몇 달 만에 사라졌다. 1억~4억명의 지구촌 주민들이 또 극단적인 빈곤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인류의 진보를 가늠하는 가장 결정적인 척도에서 우리는 빠른 속도로 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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