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에 일촉즉발의 미중 외교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각국에서 쏟아낸 강력한 재정정책으로 만든 ‘돈의 힘’이 주식 시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경기체 우려 속에 한국은행은 지난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인하해 사상 최저인 0.5% 시대를 열었다. 은행에 1억원의 정기예금을 넣어도 1년 이자가 100만원도 안 되는 초저금리 시대, 부동산도 각종 규제와 코로나19 영향으로 거래절벽인 상황 속에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유동성의 힘’만 믿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3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4대 시중은행 PB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PB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하고 이제는 분산투자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때”라고 조언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기대 수익률 자체가 낮아진 만큼 ‘1%+α’의 수익을 목표로 자산을 분산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갈수록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상승 랠리를 펼쳤던 금·달러 투자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의 가격 수준은 부담이 크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달러화예금은 781억8,0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 28억9,000만달러 증가해 2개월 연속 늘어났다. 4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240원대를 형성하는 등 고점 상황이다. 그러나 통화 분산 차원에서 달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홍석 신한PWM잠실센터 팀장은 “원화가 1,240원으로 올라가는 모습이지만 단기상승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은경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팀장도 “미중갈등이 결국 해소될 것이라는 방향성이 있어 장기적으로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며 “환차익을 보겠다는 단기투자보다는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서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달러와 마찬가지로 ‘금’ 역시 초저금리에 대비해 반드시 비중을 높여야 할 투자상품으로 꼽혔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돈의 힘’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투자자가 많다”며 “금 투자는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한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관심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 가격이 최고점을 형성한 점은 물론 부담이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의 1g 가격은 18일 6만9,840원으로 2014년 3월 한국거래소에서 금 현물 거래가 시작된 후 최고가를 형성했다. 최근 국내 11개 금 관련 펀드의 2개월 평균 수익률도 30%에 육박하고 있다. 이 팀장은 “국가마다 재정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며 “자금이 넘치면 인플레이션으로 진행될 수 있어 관련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금은 더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도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로 투자수요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물면서 대안투자처를 찾는 이들에게는 중금리 채권을 단기적으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채권 시장 조정기를 활용해 신종자본증권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에 초단기로 투자하면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로 헬스케어·정보기술(IT)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분산투자처로 활용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 팀장은 “장기적으로는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소액·분산·단기투자 목적으로 미국 헬스케어·IT 주식에 관심을 둘 만하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중국·인도의 소비재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