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상사가 성적인 농담을 반복했다면 추행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31일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재판에 넘겨진 A(40)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한 중소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는 A씨는 신입사원 B(26)씨에게 평소 성적인 농담을 자주 했다. 자신의 컴퓨터로 음란물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한 달여 간 사무실에서 B씨에게 “화장 마음에 들어요. 오늘 왜 이렇게 촉촉해요”라고 말하고, B씨의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라고 묻기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B씨는 “하지 말아라”, “불쾌하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A씨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B씨에게 퇴근 직전 업무 지시를 해 야근을 시키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떠넘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 1심과 2심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상대로 장난을 치기도 하는 등 직장 내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다는 점, 사무실 구조가 개방형이라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행동이 ‘위력에 의한 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여기서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추행은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의사에 명백히 반한 성희롱적 언동을 한 것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일반인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 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