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부동산 법인 설립이 또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코로나 쇼크에다 정부의 잇단 경고에도 규제 우회 통로로 활용되는 법인 설립이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부동산 법인은 개인보다 보유세·양도소득세 등을 줄일 수 있고 대출규제도 덜 까다롭다. 법인을 통한 주택 등 부동산 거래도 꾸준히 늘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부동산 법인 신규창업은 2,257건으로 조사가 시작된 2016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법인 설립은 2018년만 하더라도 월 1,000건 미만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올 들어 2월에는 2,114건으로 처음으로 2,000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3월 설립 건수인 2,257건은 전년 같은 기간(973건)보다 무려 92.9% 증가한 수치다. 부동산 법인 설립이 늘면서 법인 아파트 매수도 올 들어 증가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법인이 개인에게서 아파트를 매수한 건수는 올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동안 1만6,026건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거래 건수(1만7,893건)에 육박했다.
부동산 법인 설립이 늘어나는 것은 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매수·매도할 때 절세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선 법인의 대주주인 개인이 주택을 분산 소유해 양 측 모두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우회가 가능하다. 양도소득세도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가 중과돼 60% 이상을 내지만 법인의 경우 통상 10~25%다.
아울러 법인을 통해 주택을 보유할 경우 법인의 대주주는 여전히 무주택자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로또 청약을 노릴 수 있다. 투기지역에서 집을 보유한 사람이 또다시 주택을 구매하려 할 때 대출이 제한되지만 법인은 이를 비켜갈 수 있다. 전에는 비규제지역에서 6억원 이하의 집을 매입할 때는 개인과 달리 법인은 자금조달 계획을 밝히지 않아도 됐다.
현재 정부는 부동산 법인에 대해 강력한 규제에 나선 상태다. 정부는 5월11일 법인용 실거래 신고 서식을 별도로 만들어 기존 신고사항 외에도 자본금, 업종, 임원 정보, 주택 구매 목적, 거래당사자 간 친족 여부 등을 신고하도록 했다. 그동안 법인은 비규제지역에서 6억원 이하 주택을 매수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앞으로 법인이 주택을 매입할 경우 거래지역과 금액에 관계없이 강화된 자금조달계획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법인 설립이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과 증가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18년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 중 0.5%에 그쳤던 법인 거래 비중이 2020년에는 3.35%로 치솟았다”며 “다만 법인 거래의 탈법을 막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스탠스가 3월 이후에 현실화한 만큼 4월 이후 부동산 법인 설립이나 실제 거래량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인 설립이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법인의 자금조달과 자금이동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강화되더라도 대출규제를 피하거나 보유세·양도소득세 등의 세금혜택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대주주 가족 간의 수상한 자금 거래를 조사해 무분별한 거래를 막을 수 있겠지만, 자금조달계획과 실거래 신고서를 제출한다는 전제하에 부동산 법인이 주택을 매수하는 행위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법인 설립과 거래가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세금혜택을 노린 법인 거래 수요는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