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달 국내 시장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전년 동월보다 최대 40%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산공장이 폐쇄되고 자동차 시장 수요가 줄어든 결과다. 해외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50% 가량 감소해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70% 급감 쇼크’에서는 다소 벗어났다. 하지만 해외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공장 중단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의 ‘흑인 사망’ 사건 여파가 커지고 있어 바닥을 찍었다고 낙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전 세계에서 21만7,510대를 판매하며 35만8,567대를 팔았던 작년 5월보다 39.3%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4.5% 많은 7만810대를 판매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14만6,700대 판매해 작년 동월 대비 절반 가까이(49.6%) 감소했다. 다만 현대차(005380)의 지난 4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70.4%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회복됐다.
기아자동차도 현대차와 같은 양상을 보였다. 국내에선 신형 ‘쏘렌토’ 등 신차 효과로 전년 동월보다 19% 증가한 5만1,181대를 팔며 선전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는 44%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5월 해외 판매량이 작년 19만5,943대에서 올해 10만9,732대로 주저앉았다. 기아차(000270) 역시 지난 4월에는 해외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54.9%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5월에는 소폭 반등했다.
한국GM 또한 45.3% 급감한 수출의 여파로 작년 5월에 비해 39.7% 감소한 2만4,778대 판매에 그쳤고, 1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차(003620)는 같은 기간 31.9% 줄어든 8,254대를 팔았다. 르노삼성은 작년 동월보다 72.4% 급증한 내수 판매량에 힘입어 세계 판매(1만1,929대)는 16.2% 감소로 막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과 일부 공장 가동 중단으로 해외시장 판매량이 줄었다”며 “각 지역별 대응책을 마련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기아차의 해외판매 감소세가 지난 4월에 비해 5월에 다소 둔화된 것은 긍정적인 결과다. 코로나19 여파가 극에 달했던 지난 4월에 비해서는 반등한 모양새다. 하지만 5월에 보인 모습이 추세적인 상승세로 이어져 판매가 정상화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5월에 해외 시장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매급락에도 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공장을 열었다고 해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많고, 미중 분쟁·미국의 흑인사망 사건·코로나19 추가 확산 등 다양한 이슈가 많아 회복세를 확신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경제 재개 움직임 등 긍정적인 상황과 공급망 붕괴, 수요부진으로 인한 가동률 하락 등 부정적 요인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이날 수출 물량이 많은 ‘코나’와 ‘벨로스터’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 생산라인을 이달 5일과 8일 휴업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5일까지는 ‘포터’ 생산라인을, 오는 11~12일 ‘베뉴’·‘아이오닉’ 생산라인을 중단하기로 한 상황에서 중단된 라인이 추가된 것이다. 현대차의 이 같은 결정은 수출 물량의 더딘 회복세와 부품 부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의 잦은 휴업은 부품업체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 가동률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