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도 공개했다. 디지털과 그린의 양대 축에 오는 2025년까지 총 7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단계로 2022년까지 31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이후 2025년까지 2단계로 4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4차 산업혁명 대응 정책과 차별화 없이 ‘한국판 뉴딜’로 포장지만 바뀌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추진된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고용 안전망 구축 대책도 슬그머니 한국판 뉴딜에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비상경제회의에서 “(7월 발표될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는) 훨씬 더 포괄적이고 큰 스케일로 긴 구상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정부는 2022년까지 디지털 뉴딜에 13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14만개의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디지털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15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업무망을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농어촌 1,300개 마을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보급하고 공공장소 4만여곳에 고성능 와이파이를 신규 설치한다. 아울러 38만개의 모든 초중고 교실에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중소기업 16만개를 대상으로 원격근무 인프라도 깔아준다. 정부 관계자는 “1단계 디지털 뉴딜을 통해 일자리 33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뒤늦게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그린 뉴딜에는 1단계로 12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어린이집·보건소·의료기관·임대주택 등 4대 노후 공공건축물부터 그린 리모델링을 시작한다. 48개의 광역 상수도는 2023년까지, 161개의 지방 상수도는 2022년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로 전환한다. 그린 뉴딜을 선도할 100대 유망기업도 선정하고 청정 대기, 생물 소재, 수열 에너지, 미래 폐자원, 자원순환 등 5대 분야 녹색융합 클러스터도 조성된다. 노후 경유차 15만대를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가 지난 4월 문 대통령 지시 이후 두 달여 만에 76조원이 들어가는 한국판 뉴딜의 얼개를 내놓았지만 기존 정책의 연장선일 뿐 ‘뉴딜’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골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까는 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추진되는 디지털 뉴딜로 정말 필요한 사업이냐”며 “원래 하고 싶고, 해왔던 사업을 이번 기회에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딜이라는 명칭만 달았을 뿐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단순히 망(網)을 구축하는 것은 또다른 형태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세종=한재영기자 허세민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