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는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 된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제2의 벤처투자 붐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산업계와 야권을 넘어 여권에서도 제기되자 ‘제한적 허용’을 전제로 입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여당발(發)로 20대 국회 때 CVC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는 그간 대기업은 물론 벤처업계의 숙원이었다. 지주사 체계 대기업 계열사로 CVC를 둬서 외부 자금을 유치, 그 자금이 국내 벤처업계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에서는 CVC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건전한 벤처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가 금융 업종으로 분류되는 CVC를 계열사로 두는 것은 제한돼 있다. 공정위는 오히려 “금융사인 CVC를 일반 지주사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면, 반대로 금융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하지 못하게 된다”는 논리를 폈다. CVC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사이에서 양립할 수 없는 개념으로 본 것이다.
공정위가 벤처업계 요구에 부응한다며 지난 2018년 내놓은 것이 벤처지주회사 설립 요건 완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 지분을 40%(상장사 20%),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자회사 단계의 벤처지주회사의 경우에는 손자회사 지분을 상장, 비상장 구분 없이 20%만 보유해도 되도록 할 방침이었다. 벤처지주회사를 세울 때 확보해야 하는 자회사의 지분보유 부담을 완화해준 것이다.
이는 김상조 당시 위원장 시절 추진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담겨 국회에 제출됐지만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공정위가 추진한 벤처지주회사 지분 요건 완화는 대기업이 직접 회삿돈을 넣어 벤처회사를 계열사로 보유해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대기업과 벤처업계 반응이 뜨뜨미지근했던 이유다.
구체적인 허용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지주사의 CVC 보유가 허용되면 대기업이 지배구조 상 CVC를 두고서 외부 자금을 유치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겠다고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만큼, 향후 논의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가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금산분리 훼손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